SSG 랜더스 '캡틴' 한유섬(33)에게 2021시즌은 야구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 2018년 41홈런을 기록해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그였지만, 이후 2년간(2019·2020년) 27홈런에 그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랬던 한유섬이 지난해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2년간의 부진을 겪은 뒤 팀과 개인 모두 변했다. 2021시즌에 앞서 SK 와이번스가 사라지고 SSG 랜더스라는 새로운 팀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개명에 나섰다. 한동민에서 한유섬으로 바꿨다.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던 2년간의 아쉬움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2018시즌의 모습이 다시 나왔다.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해 135경기에서 타율 0.278, 31홈런, 95타점의 성적을 거뒀다. 3년 만에 거포의 상징인 30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시즌 후 반등에 대한 보상이 따라왔다. 원래대로라면 한유섬은 2022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SSG는 일찌감치 5년 총액 60억 원의 장기계약으로 그를 붙잡았다. KBO 발표에 따르면 이 계약으로 한유섬의 연봉은 지난해에 비해 1233.3% 올라 역대 KBO 리그 연봉 최고 인상률을 기록하게 됐다.
다년 계약과 더불어 주장 완장도 한유섬의 책임감을 커지게 한다. 더욱이 지난 시즌 최종전, 한유섬이 KT 위즈와 경기에서 홈런을 쳤지만 팀이 패해 가을야구에 가지 못했다. 두고 두고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유섬은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에서 유니폼도 벗지 않은 채 멍하니 2시간 동안 앉아있었다. 너무 허무했다. 홈런을 치고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경기였다"고 되돌아본 뒤 "내가 주장이 되어서가 아니라, 무조건 팀이 작년보다는 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단에게는 '원팀'을 강조할 생각이다. 그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지만 다 이길 수는 없다. 그래도 9회말까지 놓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선수단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장이라는 책임감은 한유섬을 잠 못들게 한다. 팀을 위한 고민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정, 이재원 등 전 주장들의 말에 따르면 한유섬은 쉬는 날이 되어서야 부족한 잠을 청한다고. 그는 "수면 시간이 길지는 않는 거 같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는다. 일찍 누워도 마찬가지다. 쉬는 날에도 늦게까지 자야지 하고 자지만 눈 뜨면 8시더라"면서 "캠프 기간에 생각이 많아지는 거 같다. 한 시즌의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고, 어떻게 하면 팀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주장들은 물론 맏형들인 추신수(40)와 김강민(40)에게도 자주 조언을 구할 생각이다. 한유섬은 "작년에 (추)신수 형이 와서 중심적인 역할을 많이 해줬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경기 전 임하는 자세, 준비과정 등을 보며 많이 배웠다. 어떤 질문을 하면 정확한 솔루션을 제시해주신다. 올해에도 많이 물어볼 예정이다"면서 "(최)정이 형, (이)재원이 형, (김)강민이 형들에게는 이미 많이 물어보고 있다. 대학교(경성대) 4학년 이후 첫 주장이다. 프로에 와서는 첫 주장이라 모르는 것이 많다. 형들이 해결해주는 부분도 많다"고 웃어보였다.
어느 해보다도 책임감이 커진 시즌이다. 한유섬은 "기록보단 부상없이 한 시즌 치르고 싶다. 작년보다는 팀적으로 좋은 성적이 나야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