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팀 감독도 "수비할 때마다 늘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
잔혹합니다. 한 경기에 자신의 골문에 세 번이나 골을 넣다니. 더구나 경기가 시작되고 36분의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공은 장난을 치듯 똑같은 선수의 오른발, 머리, 왼발을 차례로 때리며 악몽을 만들었습니다.
뉴질랜드의 메이케일라 무어(26)에겐 불운치곤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여자축구 국제대회에서 이런 불행이 찾아올 줄 몰랐습니다. 뉴질랜드와 미국의 대결은 누가 이기고 누가 멋진 골을 넣었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온통 무어의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억세게 운이 없는 축구 선수로, 또 '자책골 해트트릭'이라는 희한한 기록으로.경기가 시작되고 36분동안 3번의 자책골을 넣은 뉴질랜드 무어는 전반 40분 교체됐습니다. 스스로도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벤치로 향하며 눈물을 떨궜습니다.(사진=AP연합뉴스)
'자책골 해트트릭' 충격 배려한 교체? 차라리 하프타임에 조용히 빼줬어야
무어의 이야기를 따라가 봤습니다. 뜻하지 않은 자책골로 벤치에서 눈물을 떨구고 있는 무어의 슬픈 모습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사실 세 번의 자책골 후 뉴질랜드 감독은 전반 40분에 이 선수를 바로 교체했습니다. 이로 인해 충격을 받은 선수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사진에 담겼습니다. 사실 이 교체 시점이 적정했느냐를 두고도 비판은 있습니다. 하프타임에 자연스럽게 빼주는 방법도 있는데, 굳이 경기를 멈춰 세우고 악몽을 겪은 선수가 주목받도록 한 게 맞느냐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실수가 만들어낸 불행을 두고 반응도 다양했습니다. '축구에서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구나'라고 말하며,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스포츠의 변화무쌍을 꺼내기도 합니다. 조롱인지 우려인지 모르겠으나, 축구에서 무어라는 이름은 '자책골 해트트릭'으로 각인될 것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뉴질랜드 수비수 무어가 미국전에서 자책골을 넣고선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자책골 '순간' 보다, 자책골 '과정' 살펴야" 무어를 향한 응원 이어져
물론 무어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그 중엔 자책골 '순간'만 보지 말고 자책골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살펴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상대 팀 미국의 안도노프스키 감독은 “세 번의 자책골 상황에서 무어는 언제나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공세로 뉴질랜드가 몰릴 때마다 공이 지나갈 수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간 수비수가 무어였다는 것입니다. 공은 그가 예상한 방향으로 향했고, 또 그 공은 묘하게 번번이 그의 몸을 맞고 굴절됐습니다.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것이죠.
뉴질랜드 대표로 한 경기에서 3번의 자책골을 기록한 무어에게 보내는 리버풀 팬들의 응원이 눈에 들어옵니다. 리버풀 소속으로 멋진 고를 넣었던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캡처=리버풀 여자축구 서포트서 클럽 트위터)무어의 소속팀인 잉글랜드의 리버풀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리버풀 여자팀 비어드 감독은 “자책골은 축구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불운일 뿐 실력이 아니다”고 못박았습니다. 리버풀 팬들은 무어의 활약 영상을 따로 모아서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돌아오면 환상적인 응원가를 불러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리버풀, 무어의 과거 활약 영상 올리며 응수..."멋진 응원가 불러줄 것"
사실 무어가 뉴질랜드 대표팀과 함께 참가한 이 대회 이름은 '쉬빌리브스컵'(SheBelieves CUP)입니다. 대회 이름 그대로, 여성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6년 전 만들어졌습니다. 대회 이름처럼, 무어가 다시 웃음 지으며 돌아오기를 믿고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24일 체코와 두 번째 경기를 치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