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풋볼의 전설적인 감독 폴 브라이언트는 “공격은 관중을, 수비는 우승을 부른다”는 말로 경기력 자체에서 수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풋볼뿐 아니라 거의 모든 스포츠에서 통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축구에서도 안정적인 수비는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이어진다. 3월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를 앞두고 수비진에 닥친 ‘부상 쓰나미’는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더욱 고민하게 만든다.
중앙 수비수 김민재(페네르바체)의 부상은 그중 가장 뼈아프다. 김민재는 지난 21일 터키 이스탄불 쉬크리 사라졸루 스타디움에서 열린 하타이스포르와의 리그 경기에 결장했다. 아예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터키 리그로 이적 후 김민재가 경기에 빠진 것은 경고 누적 퇴장으로 인해 결장한 지난해 10월 알라니야스포르전 이후 처음이다.
김민재는 지난 18일 슬라비아 프라하(체코)와 유럽축구연맹(UEFA) 콘퍼런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 도중 호흡 곤란과 등 근육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다. 이스마일 카르탈 페네르바체 감독은 경기 후 “매우 피로한 상황이고 등과 허리 근육에 통증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가벼운 부상은 아니었다. 김민재는 이후 팀 훈련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민재가 복귀할 때까지 걸릴 시간이 얼마나 될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표팀 주전 오른쪽 풀백인 이용(전북 현대)의 부상도 가볍지 않다. 이용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목포에서 열린 전지훈련 도중 갈비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수원 FC와의 개막전도 건너뛰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이용은 복귀까지 한 달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임 후 자신만의 ‘빌드업 축구’를 대표팀에 이식한 벤투 감독은 최종예선 들어 부상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주전 멤버를 교체하는 일이 없다. 안정감이 필요한 수비진은 더욱 그렇다.
한국은 이미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행을 확정지어 놨지만, 3월 열리는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 역시 꼭 이겨야 한다. 한국은 현재 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에서 3포트에 드는 것을 최상의 목표로 하고 있다. 2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29위인 한국이 현시점에서 3포트에 들 가능성은 높지만 장담할 수는 없는 상태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이어지는 2연전을 무조건 이겨야 3포트 입성 확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이란은 한국이 최근 몇년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겨본 적 없었던 팀이다. 설욕도 필요하다. 벤투 감독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