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서형권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의 철학을 모든 선수들이 공유하는 한국은 선수 몇 명이 빠진다고 흔들리지 않는 팀이 됐다.
2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을 가진 한국이 이란을 2-0으로 꺾었다. 전반전 손흥민이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전 김영권이 추가골 터뜨렸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한국(승점 23)은 이란(22)을 제치고 조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이번 소집을 앞두고 최정예 대표팀을 꾸리지 못했다. 주전 좌우 풀백 홍철, 이용과 '벤투의 황태자'로 불렸던 황인범이 부상으로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명단 발표 이후에도 계속 이탈자가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여파로 윙어 정우영, 김진규, 나상호, 백승호가 명단에서 빠졌다.
대체 선수들은 한동안 발탁되지 않았거나 대표팀 경험이 풍부하지 않았다. 원두재는 지난해 6월, 남태희는 9월 이후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고승범과 조영욱은 1월 터키 전지훈련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선수들이었다. 풀백 자리는 대표팀에 처음 승선한 박민규, A매치 1경기에 출전한 윤종규가 메웠다.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팀 벤투는 일부 선수가 빠졌다고 경기력에 기복이 생기는 팀이 아니었다. 이탈자들의 자리에 선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았다. 평소에도 홍철, 이용과 주전 경쟁을 벌이는 김진수, 김태환은 이란전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중원은 이재성과 권창훈이 책임졌다. 활발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황인범이 있을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중원 싸움에서 이란을 압도했다. 이재성은 두 골 과정에 관여하기도 했다.
한국은 이미 지난 소집 때도 선수 한두 명에 좌우되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대표팀 주축인 유럽파가 차출되지 않았던 터키 전지훈련 친선경기 2연전에서도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고, 손흥민, 황희찬이 부상으로 빠졌던 최종예선 7, 8차전도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벤투 감독의 확고하고 일관된 철학 덕분이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되도록 큰 틀을 유지했다. 경기를 지배하면서 주도적으로 풀어나가고자 했다. 각 포지션에 요구되는 역할도 비교적 명확히 설정했다. 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는 다른 능력이 특출해도 선발하지 않을 정도였다.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으나 벤투 감독의 축구를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큰 기복 없이 팀 경기력과 성적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재성도 활약의 비결 중 하나로 일관성을 꼽았다. 최근 중원에서 자주 호흡을 맞췄던 황인범 대신 권창훈과 짝을 이룬 것에 대한 질문에 "감독님이 추구하는 철학을 다른 경기와 동일하게 가져갔다. 큰 어려움 없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