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슈퍼스타의 이적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아니다. 이제는 전성기에서 완전히 내려온 알버트 푸홀스(42)의 친정팀 복귀가 받는 조명에서 이를 실감할 수 있다.
푸홀스는 최근 세인트루이스와 1년 250만 달러(약 31억 원)에 계약하고 정들었던 팀에 돌아왔다. 세인트루이스는 푸홀스가 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팀이라 더 각별하다. 푸홀스는 2001년 이 팀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1년까지 11년을 뛰었다. 이곳에서만 445개의 홈런을 때렸다. 리그 최우수선수(MVP)만 세 차례 등극했다.
세인트루이스 또한 푸홀스와 함께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애틋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푸홀스와 세인트루이스의 동행은 2011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푸홀스는 2012년 LA 에인절스와 10년 대형 계약을 하며 세인트루이스를 떠났다. 그리고 10년 만에 다시 이곳에 돌아왔다.
푸홀스의 기량은 예전만 못하다. 이제 뛰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좌완을 상대로는 여전히 날카로운 타격을 뽐낸다. 내셔널리그에도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세인트루이스 또한 좌완 상대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시장에 나와 있었던 푸홀스는 그 대안이었다. 전설적인 선수를 다시 팀에 데려온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푸홀스는 에인절스와 10년 계약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연봉 3000만 달러(약 366억 원)를 받았다. 이제는 돈이 중요한 위치나 나이는 아니다. 다만 공개된 인센티브 조건은 다소 당황스럽다.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명목적인 수준으로 걸어 놨다.
MLB 네트워크의 존 헤이먼이 공개한 푸홀스의 인센티브 총액은 65만 달러다. 인센티브 허들은 일부 슈퍼스타들의 계약과 거의 같다. 푸홀스의 현재 위상과 어울리지 않는다. 팀 성적과 연관이 있는 인센티브도 있다.
우선 월드시리즈 MVP에는 15만 달러, 챔피언십시리즈 MVP에는 10만 달러, 디비전시리즈 MVP에는 5만 달러를 걸었다. 단기 시리즈에서 한 번 미치면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푸홀스는 주전 선수가 아니다. 올스타 선정에도 10만 달러가 걸려있다. 이는 그의 마지막 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팬심이 움직일 경우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아예 가능성이 희박한 인센티브도 있다. 리그 MVP에 10만 달러가 책정되어 있다. 실버슬러거는 5만 달러, 골드글러브는 10만 달러다. 골드글러브를 따려면 수비에 나가야 하는데, 세인트루이스는 폴 골드슈미트라는 확고부동한 1루수가 있다. 가장 달성이 어려워 보이는 지점이다.
헤이먼과 팬들도 "골드글러브는 왜 걸어둔 것인가"라며 의문을 드러냈다. 인센티브를 책정하기는 했지만 상징적인 수준임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