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친정팀 KIA로 복귀한 양현종(34)은 개막전 선발이라는 익숙한 무대에 섰다. 2일 광주에서 열린 LG와 시즌 개막전에 선발로 서 올 시즌 KIA 투수 중 가장 먼저 투구를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아찔한 장면이 한 번 있었다.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현수의 투수 강습 타구였다. 워낙 빠른 타구고 공을 잡기 애매한 위치로 날아갔다. 결국 글러브를 통과해 복부에 맞았다. 유니폼이 있기는 했지만 완벽한 방패가 되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일단 공이 앞으로 떨어졌고, 양현종은 잠시의 충격을 이겨내고 1루로 공을 던져 이닝을 마무리했다. 다만 상황이 종료된 뒤 KIA 동료들은 물론 공을 친 김현수도 황급히 양현종을 향해 달려가 상태를 확인할 정도의 위험한 장면이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양현종은 주저앉았지만 미소와 함께 다시 일어섰다. 깜짝 놀란 가슴을 수습할 잠시의 시간은 필요했지만 물리적인 타격이 심하지는 않은 듯보였다. 김현수를 한 차례 툭 치고 돌려보낼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그래도 타구에 맞은 만큼 충격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양현종은 내색도 하지 않고 계속 마운드를 지켰다. 2회와 3회 모두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4회에는 선수 박해민에게 우전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후속타를 제어하면서 역시 무실점으로 버텼다. 상대 선발 아담 플럿코(LG)와 명품 선발 대결을 만들어냈다.
개막전에 100% 컨디션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포심패스트볼 구속은 경기 초반 140㎞대 중반을 유지했지만 4회부터는 140㎞대 초반으로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워낙 노련했다. 슬라이더·체인지업에 미국에서 연마한 커브까지 섞어 던지며 LG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아주 잘 맞은 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외로웠다. KIA 타자들은 4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물론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한 건 개막전 에이스 매치업상 그럴 수도 있었다. 다만 수비 실책은 뼈아팠다.
0-0으로 맞선 5회가 문제였다. 선두타자이자 자신의 천적인 유강남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양현종은 오지환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평범한 땅볼이었고, 수비가 빠르게 이어지면 병살까지도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루수 김선빈이 이를 놓치며 주자와 타자를 모두 다 살려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이어 루이즈도 1·2루간 땅볼로 유도하기는 했다. 빠른 타구였지만 김선빈이 몸을 날려 잘 잡았다. 그런데 김선빈이 2루를 먼저 보는 사이 공을 흘렸고, 이번에도 주자와 타자가 모두 다 살았다.
이닝이 마무리될 수도 있는 흐름이 무사 만루가 된 것이다. 양현종은 이재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서건창에게 던진 패스트볼이 높은 쪽에 몰리는 실투가 되며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3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경기 흐름에서 뼈아픈 3실점이었다.
추가 실점은 서건창의 베이스러닝에 당했다. 송찬의의 1루수 파울플라이를 1루수 황대인이 그물에 부딪히며 잘 잡았다. 보통의 주자였다면 3루 주자가 태그업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황대인의 중심이 다소 흐트러지는 것을 본 서건창이 기습적으로 홈을 파고들었고, 결국 먼저 들어가며 실점이 하나 더 불어났다. 실책 2개가 중요한 판단 요소에 끼어 있었던 탓에 4점 모두 비자책점이었다.
침착하게 6회를 잘 막아냈지만 수비 실책에서 비롯된 5회 4실점은 결국 이날 경기를 좌우하는 점수가 됐다. 양현종의 복귀전 성적은 6이닝 4실점(비자책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와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으나 팀 패배(0-9)를 막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