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주인공은 끝까지 버티는 자의 몫이었다. KIA 타이거즈의 살아있는 역사는 버티고 이겨낸 양현종(34)의 몫이 당연했다.
양현종은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승이었지만 양현종에게는 더 중요한 기록이 있었다.
이로써 통산 150승을 달성했다. 이는 송진우(210승), 정민철(161승), 이강철(152승)에 이은 KBO리그 역대 4번째 기록이자 역대 최연소(만 34세 2개월 18일) 기록이었다. 정민철이 가지고 있던 35세 2개월 27일의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 2007년 정민철(한화) 이후 15년만에 나왔다. KIA 소속으로는 2004년 이강철 이후 두 번째다.
아울러 이날 승리로 이강철 KT 감독의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승(150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통산 152승의 이강철 KT 감독은 KIA 소속으로 150승을, 삼성 소속으로 2승을 거뒀다.
2007년 9월 29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1자책점을 기록하며 첫 승을 신고한 양현종은 2017시즌 통산 100승을 달성했고 5년 만에 150승을 달성했다. 2014시즌부터 미국 무대에 진출했던 2021년을 제외하고 매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면서 끊임없이 승수를 쌓았다. 특히 KIA가 통합우승을 차지한 2017시즌에는 20승으로 승리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정규시즌 MVP 타이틀을 차지한 바 있다. 또한 이날 선발승으로 150승 달성 선수 중 가장 많은 선발승(148승)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이날 양현종은 1회말 2사 2루에서 이대호에게 초구 129km 슬라이더를 던지다 기습 선제 투런포를 허용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2회에도 선두타자 김민수를 3루수 송구실책으로 내보냈고 배성근에게 중전 안타를 맞으면서 무사 1,3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2회초 타선이 2-2 동점을 만들었지만 곧바로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정보근을 삼진, 신용수를 유격수 직선타, 그리고 안치홍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면서 단 한 명의 추가 진루 없이 이닝을 완벽하게 매듭지었다.
3회초에는 2사 후 이대호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지만 깔끔하게 막았다. 이후는 완벽한 양현종의 시간이었다. 4회부터 7회까지 4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4회 7구, 5회 6구, 6회 8구, 7회 10구 등 4이닝 동안 던진 공은 31개에 불과했다.
타선은 일단 5회초 나성범의 적시타로 3-2 리드를 안겼다. 양현종은 이를 최고의 집중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며 지켜나갔다. 투구수는 적었지만 힘의 분배까지 이르지는 못한 듯 했다. 8회 선두타자 신용수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범타 행진을 이어갔지만 3볼까지 몰리는 등 타자와의 승부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안치홍을 상대로는 볼넷을 내주며 3회 이후 처음으로 누상에 주자를 내보냈다. 팔의 힘이 빠진 듯 했다. 이후 전준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워닝트랙까지 가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투구수가 87개 밖에 되지 않았지만 결국 KIA 벤치는 투수를 전상현으로 교체했고 전상현은 한동희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양현종의 책임주자를 모두 지우고 승리 투수 요건까지 지켰다.
1점의 살얼음판 리드 상황에서 마지막 1이닝이 남았지만 9회초 2사 후 이창진이 쐐기의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양현종의 150승은 안정적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타선이 적절하게 터져줬고 수비에서도 호수비들이 나오며 양현종이 감사의 뜻을 여러차례 표했다. 모두가 양현종의 150승을 위해 진심을 다해 지원했고 대기록이 쓰여졌다. 무엇보다 선발 투수로 꾸준하게 버티는 게 쉽지 않아진 현대야구에서 꾸준함의 상징이자 버팀의 역사를 양현종이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