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브라질 상파울루 외곽 오자스쿠의 빈민가에서 맨발로 공을 차던 소년이 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축구화를 가져보지 못했던 소년은 늘 발이 시커맸다고 한다.
“먹을 게 없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고, 새벽마다 집 안으로 흘러 들어온 물을 퍼내야 했다”던 소년은 이제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스타가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신입 공격수, 안토니의 이야기다.
2000년생으로 올해 스물두 살인 안토니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아약스를 거쳐 지난달 30일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오랜 난항 끝에 여름 이적시장 막바지에 성사된 계약이었다.
맨유는 안토니를 데려오기 위해 오랫동안 분투한 끝에 이적시장 마감 이틀을 남기고 5년 계약 및 1년 연장 옵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적료는 9500만 유로(한화 129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안토니 역시 맨유행을 간절히 바라던 상황이었다.
계약 직후 안토니는 “맨유에 피와 땀, 눈물을 바칠 것”이라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안토니의 다짐은 현지시간 4일 2022-23시즌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아스널전에서 다시금 입증됐다. 이날 선발 출전한 안토니는 전반 35분경 아스널의 골망을 흔들었다. 맨유 데뷔골이자 프리미어리그 인생 첫 골을 터뜨린 순간이었다.
안토니가 자란 동네는 현지어로 ‘인페리뉴(Inferninho)’라고 불리는 곳이다. 직역하면 ‘작은 지옥’이라는 뜻이다.
어린 시절 늘 가난과 싸웠던 안토니는 “진짜 압박은 내가 빈민가에서 살 때, 아침 아홉 시에 학교에 가며 저녁 아홉 시 전에 밥을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 같은 것”이라면서 “그런 게 압박이다. 다른 건 다 견딜 수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가족에 대해서도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파울루에서 뛰던 시절, 재계약을 할 때마다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자매들까지 모든 가족을 데리고 와서 자신이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을 늘 함께 했을 정도라고 한다.
맨유는 이날 안토니 등의 활약에 힘입어 3대1 승리를 거뒀다. 맨유는 시즌 초반 리그 순위 꼴찌를 기록하는 등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는 4연승을 달리며 4승 2패, 리그 5위까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