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SSG는 추신수(40)의 이탈에서 이 말을 실감했을지 모른다. 야구가 한 명이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어느 정도의 공백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추신수의 존재감이 거대하다는 것만 실감한 시기였다.
추신수는 8월 26일 수원 kt전에서 안타를 친 뒤 2루를 노리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쳤다. 다행히 골절이나 인대 파열이 아닌 단순 염좌 판정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만 열흘 정도의 휴식은 불가피했고, 2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타격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부위인 만큼 지금까지 회복에 전념했다.
추신수는 올해 102경기에서 타율 0.265, 출루율 0.392, 14홈런, 5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3의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공격 생산력은 리그 평균보다 35% 가량 좋은 수치다. 타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특유의 출루율은 살아있었다. 투수들은 여전히 까다로운 추신수와 승부에서 힘을 많이 허비했고 이는 팀 출루율을 높임은 물론 팀원들에게는 든든한 정신적 버팀목도 제공했다. 모두가 이야기하는 '추신수 효과'다.
그러나 추신수가 빠진 뒤 타선이 이상하게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있었다. 단순히 추신수라는 좋은 타자 하나를 대체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추신수의 이탈로 타순이 재정비되는 과정에서의 이질감도 있었고, 여기에 이상하게 승부처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등 에너지가 크게 떨어진 양상이었다. 결과적으로 타선이 터지지 않은 SSG는 추신수가 빠진 7경기에서 2승5패에 그쳤다.
그 사이 2위 LG가 7연승의 신바람을 타며 이제 4경기 뒤에서 SSG를 추격하고 있다. 6일과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두 팀의 맞대결은 선두 싸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SSG는 김광현과 윌머 폰트의 출격이 예정되어 있다.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4일 인천 키움전이 비로 취소되는 바람에 에이스 카드 두 장을 LG전에 다 쏟아 부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이틀간 푹 쉰 불펜은 말 그대로 '완충' 상태로 2연전 기간 동안 '전원 대기'한다. 여기에 추신수도 돌아온다. 회복을 마친 추신수는 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등록될 전망이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재정비는 마친 모양새가 됐다.
LG가 현재 SSG를 신나게 추격할 수 있는 건 LG가 잘하는 것도 있지만, SSG가 틈을 보여줬기 때문임도 분명하다. 1위 추격의 가능성이 사라지면 2위 팀의 더그아웃은 '체념'의 분위기가 흐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LG가 이기는 과정에서 경기차가 신나게 줄어들어 이제는 4경기가 됐다. '1위를 차지하지 못해도 본전'인 LG는 기가 더 살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반대로 이번 2연전에서 SSG가 최고의 성과를 거둔다면 LG는 '1위는 포기' 수순으로 가는 흐름이 만들어진다. 무승부가 두 차례 더 많아 보이지 않는 반 경기 프리미엄도 있는 SSG는 안정적인 경기차에서 심리적인 부담을 덜고 원래 방향대로 갈 수 있다. 그래서 첫 판인 6일 경기가 중요하다. 추신수의 복귀가 반가운 가운데, SSG가 1위 자격을 증명할 수 있을지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