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서 오른팔로 시속 163㎞의 공을 던지더니 이젠 타석에서 그 팔 하나만으로 같은 속도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린다.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의 진기명기에 미국 현지 언론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타니는 1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과 2022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서 2번 타자 겸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타율은 0.265에서 0.266, OPS(출루율+장타율) 0.884에서 0.894로 올랐다.
이날 경기는 선발 터커 데이비슨(2이닝 4실점)과 두 번째 투수 마이크 메이어스(3⅓이닝 5실점)가 일찌감치 무너진 탓에 에인절스가 4-12로 대패했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오타니 덕분에 잠시나마 리드를 잡은 것이었다. 1회초 선두 타자 미키 모니악이 우익수 쪽 3루타로 출루해 만들어진 무사 3루 찬스에서 오타니는 휴스턴 선발 루이스 가르시아를 상대로 선제 우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4구째 낮게 떨어지는 커브볼을 그대로 받아 쳐 만든 시즌 34번째 아치였다.
MLB네트워크의 재러드 캐러비스는 "우린 일요일 미식축구의 한가운데 있을지 몰라도 (이번 홈런을 통해) 오타니가 우리가 본 역대 최고의 야구선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투구 분석으로 유명한 코디파이는 공식 SNS를 통해 "외계인들은 가끔 별 생각없이 비인간적인 행동을 한다. 오타니로 보이는 생명체가 한 손으로 118m짜리 홈런을 쳤다"고 놀라워했다.
타구 속도 시속 100.5마일(약 162㎞), 발사각 31도, 비거리 388피트(약 118m)의 이 홈런은 두 가지 면에서 미국 언론으로부터 감탄사를 끌어냈다. 첫째, 방망이와 공이 부딪힌 순간부터 오타니는 오른팔 하나로 끝까지 스윙을 유지해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거포들에게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그렇다고 쉽게 나오는 장면은 아니다.
둘째, 그 오른팔이 전날(11일) 최고 시속 101.4마일(약 163㎞), 평균 92마일(약 148㎞)의 공을 79개나 던진 팔이라는 점이다. 오타니는 전날 휴스턴을 상대로 마운드에 올라 5이닝 6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12승(8패)째를 챙겼었다. 그 과정에서 오른손에 물집이 잡힌 것이 발견이 돼 일찍 강판이 됐다.
이러니 오타니의 MVP 레이스도 힘이 붙는다. USA투데이는 "한 손으로 홈런을 치는 오타니에게 메이저리그 팬들은 경외심을 느낀다"면서 "그는 투타겸업으로 MVP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에인절스에 뛰고 있어 그를 한동안 포스트시즌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실망스럽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매체 밸리 스포츠 웨스트의 패트릭 오닐 역시 "오타니보다 팀에 더 가치 있는 선수는 없다"고 짧게 평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