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박수 받고, 감독 찬사까지.’
“최고의 활약”이라고 제자를 치켜세우는 사령탑도,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나는 선수를 향해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내는 팬도 같은 마음일 듯하다. 한국 축구의 현재이자 미래, ‘골든보이’ 이강인(22·마요르카)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그는 2일(한국시간) 스페인 마요르카에 있는 에스타디 마요르카 손 모익스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스페인 라 리가 아틀레틱 빌바오와 32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격해 후반 13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시작과 끝의 방점을 찍었다. 이강인은 하프라인 아래 왼 측면 지점부터 상대와 경합을 이겨낸 후 볼을 탈취해 반대 측면에 있던 아마스 은디아예에게 공을 건넸다. 선제 득점의 시발점이었다. 은디아예는 문전의 베다트 무리키에게 크로스를 연결했다. 페널티박스로 쇄도하던 이강인이 무리키의 컷백을 받아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장기인 탈압박은 물론 창의적인 패스와 드리블, 결정력까지. ‘원맨쇼’였다. 이강인이 지닌 장점을 모두 볼 수 있었던 선제골 장면이었다.
이 골로 그는 최초의 기록을 또 한 번 썼다. 홈 2경기 연속 골이자, 리그 6호 골을 터뜨린 이강인은 한국인 최초로 라 리가에서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6골4도움)를 완성했다. 지난 31라운드 헤타페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라 리가에서 멀티골을 넣은지 2경기 만에 ‘최초의 기록’을 다시 세운 것이다.물오른 이강인의 경기력은 기록으로도 나타난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그는 이날 6차례 드리블 돌파를 모두 성공했다. 그라운드 경합도 15회 중 11회를 이겼다. 이강인은 축구 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양 팀 통틀어 최고점인 평점 8.42를 받았다. 또 다른 통계 매체 ‘풋몹’도 평점 8.2를 부여했다. 또 이강인은 스페인 매체 ‘마르카’로부터 별점 3개를 받았고, 라리가 공식 MOM에 이름을 올렸다.
사령탑 입에서 나올 최고의 칭찬도 들었다.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은 “한 선수만 칭찬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운을 떼면서도 “이강인은 내가 부임한 이래 자신의 최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확히 내가 지난해 4월 부임한 이후 최고다. 매 경기에서 실력을 입증한다. 이강인과 함께해서 기쁘다”고 치켜세웠다. ‘최고’라는 단어를 여러 번 되풀이해 눈길을 끌었다.
라 리가 올해의 미드필더 후보 18인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올해의 팀’에 오를 후보 선수는 47명인데, 이강인은 세계 정상급 중원 자원으로 꼽히는 루카 모드리치, 토니 크로스(이상 레알 마드리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가치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이강인은 올 시즌 전부터 여러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최근에는 같은 리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애스턴 빌라를 비롯해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등이 그를 주시하고 있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와 2025년 6월까지 계약이다. 바이아웃(최소 이적 허용 금액)은 1700~1800만유로(약 250~260억원)로 알려졌다. 매 경기를 거듭할수록 진화하는 이강인. 알폰소 디아즈 마요르카 구단 CEO는 지난달 25일 본지에 “팀이 (1부 잔류를 두고) 중요한 시기이니 이강인과 관련한 입장은 5월 중순까지 기다려 달라”라고 전한 바 있다.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오늘이 가장 싼’ 이강인의 행선지에 시선이 쏠린다.
한편, 마요르카는 이강인의 선제골에서 후반 막판 극적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1-1 무승부, 승점 1 추가에 그치며 리그 12위(승점 41)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