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할 때 성공을 예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타격이 아닌 수비에서 더 재능을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상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3인에 올랐던 김하성이 올 시즌엔 2루로 자리를 옮겨서도 여전히 높은 수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5일(한국시간) 김하성이 골드글러브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전망했다. 샌디에이고가 꾸준하지 못한 타격 능력 속에도 수비만큼은 일관된 활약을 펼친다면서 그 중심에 김하성이 있다고 했다.
골드글러브는 MLB에서 양대리그에서 각 포지션과 유틸리티 플레이어에서 최고의 수비를 펼친 10명씩, 총 20명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30개 구단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의 투표(75%)와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개발한 수비 지수(SDI·25%)를 더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작년 NL 유격수 후보 3인에 올랐던 김하성은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에 밀려 아쉽게 수상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올해 유격수 자리는 잰더 보가츠가 굳힌 가운데 김하성은 2루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럼에도 리그 최고의 수비를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디애슬레틱은 그 근거로 3개 포지션을 두루 맡으면서도 가장 높은 DRS(Defensive Run Save·수비로 막아낸 실점) 13을 기록 중이고 OAA(Outs Above Average·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도 5로 이 부문 리그 2위 보가츠(7)에 이어 팀 내 2위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이어 매체는 "김하성은 당초 샌디에이고와 계약할 당시 공격 쪽에서 잠재력을 기대하게 했으나 빅리그 최고의 수비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하성 또한 "처음엔 이곳에서 골드글러버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면서도 "3년차에 접어들면서 내가 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열심히 하다보면 보상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한 팀에서 뛰며 직접 바라보는 동료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골드글러브 2회 수상자이자 김하성과 절친한 매니 마차도는 "어느 곳에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는 최고의 수비수가 되고 싶어한다"며 "그가 익숙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계속 노력했다.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두 사람(수비코치와 마차도)에게서 배웠지만 결국 그건 그에게서 나왔다. 그것이 그가 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마차도는 김하성이 지난해에 골드글러브를 받지 못한 것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숫자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과거에 한 일 때문에 특정 사람들에게 상이 돌아 간다"며 "올해는 확실히 그의 해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앞서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도 마차도와 같은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정말 놀랍다. 유격수로서 모든 게 익숙한 선수지만 이젠 2루에서 골드글러버처럼 보인다"며 "2루수로만 뛴 선수들 중에서도 오늘 김하성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고 칭찬했다.
김하성 또한 2루수로 뛰는 것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유격수에 비해 송구 부담도 적어 어느 위치에서든 송구를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수비 범위가 더 넓어진다는 게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멜빈 감독은 "그가 편안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면서도 김하성에 대한 팀 내부 수비 지표가 DRS만큼이나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출신 선수 가운데 MLB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건 스즈키 이치로(일본·외야수)가 유일하다. 내야수로 범위를 좁히면 단 한 명도 없었다. 최종 후보에 오른 것도 지난해 김하성이 최초. 김하성이 아시아 야구에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연일 호수비쇼를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