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잘해줄 줄은 몰랐죠.”
KIA 불펜은 좌완왕국이다. 10일 기준 이준영, 최지민, 김기훈 등 3명을 보유했다. 2군에서 부상 이후 회복 중인 김대유, 신예 곽도규 등도 얼마든지 1군에 올라올 수 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왼손투수들만으로 불펜을 운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트랜스포머 잠수함 임기영(30)의 헌신을 기억해야 한다. 임기영은 올 시즌 KBO리그 순수 구원투수들 중 처음으로 50이닝을 돌파했다. 시즌 100이닝도 가능한 페이스다. 정해영이 마무리에서 물러난 뒤 최지민과 함께 더블 클로저를 수행한다.
현 시점에선 전상현과 함께 경기 후반 가장 중요한 상황에 나가는 투수다. 좌완 불펜투수들 사이에서 상대의 흐름을 끊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아예 마무리로 나가 경기를 직접 끝내기도 한다. 좌완왕국에서, 맛있는 양념과도 같은 역할이다. 결국 신인 윤영철에게 밀려 5선발에서 탈락한 뒤 불펜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막상 임기영이 불펜에 없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게 KIA 불펜의 현실이다.임기영은 올 시즌 32경기서 1승1패2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2.70이다. 2017년 KIA 이적 후 꾸준히 4~5선발로 뛰었으나 정작 전문 불펜으로 돌아선 시즌에 커리어하이를 찍으려고 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반전이다.
김종국 감독도 지난 8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이 정도로 잘해줄 줄은 몰랐다”라고 했다. 작년에도 간헐적으로 롱릴리프를 경험하긴 했지만, 셋업맨, 심지어 마무리는 처음이다. 그런데 마치 오랫동안 필승계투조를 했던 투수처럼 잘 한다.
포심과 체인지업 조합에 선발투수 시절 익힌 슬라이더와 투심도 적절히 배합한다. 주무기 체인지업을 가장 많이 구사하지만, 나머지 구종들도 자유자재로 비율을 조절한다. 커맨드가 좋아 투구수 관리를 잘 한다. 50이닝을 던지면서 771개의 공을 던졌다. 이닝당 15.4개. 맞춰잡는 스타일이라 다른 불펜투수들과 똑같이 1이닝을 던져도 힘이 덜 드는 스타일이다.때문에 김종국 감독과 KIA는 임기영이 시즌 50이닝을 돌파했으나 피로도가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이틀 연속 등판은 8차례 있었지만, 3연투는 한 번도 없었다. 다만, 멀티이닝을 소화한 게 무려 19경기다. 그러나 8차례 2연투 때 이틀 모두 멀티이닝을 소화한 건 딱 한번(5월11일 SSG전 1⅔이닝, 5월12일 두산전 3이닝)이었다.
아무리 완급조절에 능하고 투구수 관리를 잘 해도 32경기서 50이닝이라면 피로도가 쌓이지 않았을 리 없다. KIA로선 임기영의 컨디션 관리가 후반기 마운드 운영에 상당히 중요한 이슈다. 필승계투조에서도 임기영의 비중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