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좌완 양현종(35)이 대량실점 했으나 하늘의 도움으로 받아 기록 삭제의 행운을 누렸다.
양현종은 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선두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2이닝동안 9안타(1볼넷)을 맞고 8실점의 부진을 겪었다. 0-8로 뒤진 가운데 갑자기 내린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더니 그치지 않으면서 노게임이 선언됐다. 양현종의 등판은 없던 일이 됐다.
1회 첫 타자 홍창기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다음타자 문성주가 1루쪽으로 번트안타를 성공시켰고 김현수에게 우전적시타를 맞고 첫 실점했다. 이어 오스틴도 막지 못하고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오지환의 번트타구를 잡아 3루에 송구해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았다.
그러나 문보경에게 1루수 옆으로 빠지는 적시타를 맞았고 박동원에게는 가운데 담장 앞에서 잡히는 커다란 타구를 내주고 4점째를 허용했다. 이어 박해민에게도 우전적시타를 맞고 5실점으로 불어났다. 모두 방망이 가운데 맞히는 정타들이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빅이닝을 헌납했다.
2회도 신민재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기막힌 견제로 도루를 막았다. 그러나 홍창기의 타구를 1루수 최원준이 뒤로 빠뜨리며 추가실점 위기에 몰렸다. 문성주와 김현수에게 연속으로 우중간 2루타를 맞았고 2사후 오지환에게 중전적시타를 내주고 8점째를 허용했다. 2이닝 8실점 수모였다.수비도움도 받지 못했다. 1회 무사1에서 문성주의 세이프티 번트를 잡은 1루수 최원준이 베이스 커버에 들어가는 2루수가 아닌 투수 양현종에 토스하다 주자를 살려주었다. 이어 문보경의 빠른 안타도 최원준이 몸을 날렸으나 글러브 위치가 아쉬웠다. 2회 1사후 홍창기의 강한 타구를 뒤로 흘리는 실책으로 2루까지 허용했다.
볼이 몰리고 제구와 변화구의 위력도 떨어졌다. 초구부터 적극적인 타격에 흔들렸다. 양현종이 부진하자 2회 서재응 투수코치가 올라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판이 예상됐지만 그대로 던졌다. 대량실점했지만 주중 첫 경기부터 불펜투수들의 소모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닝소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양현종은 지난 6월2일 롯데전 2이닝 9실점, 7일 SSG전 4⅓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다. 이후 재조정을 거쳐 구위를 되찾았고 5이닝 1실점, 7이닝 4실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6월24일 KT전 6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 이후 5경기째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했고 이날 또 한번의 대량실점의 수모를 당했다. 또 한 번 잊고 싶은 하루였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2회말 KIA 공격도중 폭우가 내렸고 7시14분 경기중단을 선언했다. 워낙 점수차가 커서 쉽게 우천 노게임이 되기는 어려웠다. 심판진은 기다렸으나 비는 그치지 않았고 결국 8시8분 노게임을 선언했다. 양현종의 기록은 삭제됐다. 양현종은 하늘이 도왔고, 9안타1볼넷8득점의 화산 타격를 과시한 LG는 하늘을 원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