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선수 생활에만 온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손흥민이 처음으로 은퇴 후 계획을 공개했다.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 4월호 커버 모델이 된 손흥민은 패션과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손흥민은 축구를 향한 애정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축구가 짝사랑이라고 느낀 순간이 없다"라고 운을 뗀 손흥민은 "언제나 축구 때문에 울고 웃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라고 농담도 서슴지 않았다.
축구는 손흥민에게 있어 삶의 일부가 아닌 모든 것이었다. 손흥민은 "집 안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축구 영상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서 "차를 타고 가다가도 창밖으로 길거리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을 유심히 구경하기도 한다.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결국에는 축구로 끝난다. 내 모든 사적인 순간 하나하나가 축구와 연결되어 있다"라고 일련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이런 애정이 있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손흥민은 명실상부 역대 아시아 최고의 축구선수다. 30대를 넘긴 지금도 세계 최고의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하고 있다.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9시즌을 뛰면서 하락세는 커녕 계속 상승 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4골 8도움을 기록 중이다. 토트넘 합류 첫 시즌을 제외하고 나머지 8시즌에서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일궈냈다.
한 번의 굴곡을 이겨낸 점에 높은 점수를 받는다. 손흥민은 2년 전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는 정점에 올랐던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했다.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전반기에는 안와골절 부상을 입었고, 후반기 조금 살아날 법할 때는 스포츠 탈장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프리미어리그 10골을 넣는 저력과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100골 고지를 밟는 저력을 발휘했다. 물론 손흥민 스스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여름 스포츠 탈장 수술까지 받으면서 절치부심한 손흥민은 올 시즌 명예 회복을 이뤄냈다.
이런 변함없는 모습에 대외 평가는 항상 극찬 일색이다. 최근에도 토트넘 출신의 대런 벤트는 영국 언론 '토크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무관인 선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좋은 선수"라며 "왜 손흥민을 영입하려는 팀이 없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지금도 손흥민을 영입하려면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3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그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8,000만 파운드(약 1,351억 원)를 줘야할 것이다. 그만큼 정말 뛰어난 선수"라고 강조했다.
축구에 대한 열정을 선수 생활에 모두 녹여낼 각오다. 손흥민은 "축구선수 손흥민은 욕심이 정말 많다. 겉으로 표현이 안 될 뿐이지 매 경기 이기고 싶고, 우승하고 싶다. 트로피도 들어올리고 싶다"면서 "내가 받은 사랑 만큼 되돌려 드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더불어 무엇보다 행복한 선수로 남고 싶다"라는 의견을 표했다.
손흥민은 축구를 진지하게 대하기 위해 결혼도 은퇴 이후로 미룰 정도다. 선수로 뛰는 시간에 모든 걸 태울 계획이라 이후 지도자 생활을 할 정도의 연료를 남겨두기 어려울 전망이다.
은퇴 후 계획에 대해 묻자 "축구 관련 일을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나와의 약속이고 이미 결정을 내린 부분이 있다. 이 마음은 평생 변하지 않을 것 같다"며 "축구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누구를 가르칠 능력은 없다. 나는 직접 공을 차는 순간을 사랑한다"라고 했다.
이어 "물론 축구와 가깝게는 지낼 것이다. 그때는 그저 한 명의 축구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손흥민은 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3월 예정된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3~4차전을 대비한 황선홍호에 발탁됐다.
올해 초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실패와 함께 불거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의 마찰로 대표팀 동기부여가 잠시 사라지기도 했지만 선배다운 아량을 보여주며 대표팀 합류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은 "제가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갖고 있는 생각도 듣고 싶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방법을 찾아내야 될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모인 선수들과 얘기했을 때 적극적으로 풀어내야 된다는 생각에는 다 공감하고 있다. 어떤 방법이 좋겠는가는 좀 고민해 봐야 될 것 같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손흥민에게 계속해서 주장 완장을 맡기기로 결정하며 신뢰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