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포지션이나 마찬가지지만 최고 경쟁은 항상 논란을 일으킨다. 근래 유격수 포지션에서 이 논란을 깔끔하게 정리했던 강정호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강정호가 2015년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각 팀의 많은 유격수들이 매년 최고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춘추전국시대가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 2015년과 2016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김재호(두산)였고, 2017년은 김선빈(KIA)의 몫이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강정호의 뒤를 이은 김하성(25·키움)이 2018년과 2019년 연속으로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것에 이어 올해 3연패 가능성을 높이면서 이 논쟁이 정리되고 있다.
유격수 포지션에서 골든글러브 3연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김재박(1983~1986), 강정호 (2012~2014) 두 명뿐이다. 물론 올해도 딕슨 마차도(롯데), 오지환(LG), 노진혁(NC) 등 김하성의 아성을 노리는 선수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마차도는 압도적인 수비력으로 호평을 받는다. 그러나 김하성의 공격 생산력과 비견할 수 있는 선수들은 없다.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고 가정하면 최고 유격수에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는 단연 김하성이다. 공수주 모두를 고려했을 때 가장 균형이 잡혀있다.
김하성은 7일 현재 102경기에서 타율 0.302, 출루율 0.403, 장타율 0.514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19개의 도루를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성공시킨 것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13개의 실책을 저지르기는 했으나 그런 실책을 만회하는 호수비의 기억 또한 만만치 않게 많은 선수다. 6일 고척 kt전에서도 초반 실책을 여러 차례 안정된 수비로 만회하며 분전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유격수 3-4-5(타율 3할 이상, 출루율 4할 이상, 장타율 0.500 이상)’ 또한 노린다. 김하성 경력에서 단 한 번도 없었고, 리그 전체를 따져도 ‘유격수 3-4-5’는 2014년 강정호 이후 대가 끊긴 기록이다. 당시 전성기를 달렸던 강정호는 2014년 타율 0.356, 출루율 0.459, 장타율 0.739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쓴 뒤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었다.
타율 3할, 출루율 4할, 장타율 0.500의 성적은 그 자체로 리그 최정상급 공격 생산력을 담보한다. 정교한 타격과 침착한 눈, 그리고 힘까지 모든 것을 겸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현재 3-4-5를 기록 중인 선수라고 해봐야 김하성까지 7명인데 중앙 내야수는 김하성 하나다. 사실 100경기가 넘은 상황에서 이 정도까지 끌고 온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개인 두 번째 20홈런-20도루 클럽에도 이제 도루 한 개를 남기고 있다.
팀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어 집중력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시기이고, 최근 타격감도 나쁘지 않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터라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워낙 성실하고 승부욕 또한 있는 선수라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