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의 건강 악재와 다시 마주한 SK가 올 시즌 남은 경기를 박경완 감독대행 체제로 운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계약이 내년까지 한 시즌 더 남아있는 염경엽 감독의 거취 문제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7일 SK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SK 구단은 염 감독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남은 시즌 지휘봉을 박경완 수석코치에게 맡기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경기 도중 실신해 2개월을 쉰 염 감독이 복귀 6일 만에 건강 이상을 느껴 병원에 가는 일이 발생하자 염 감독의 건강과 안전, 안정적인 팀 운영을 위해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SK는 팀 성적 하락이 감독의 건강 악화를 초래하고 이것이 팀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염 감독은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전을 준비하던 중 몸에서 기력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으로 이동했다. 구단은 “염 감독이 오전부터 힘이 빠지는 증세를 느꼈다. 야구장에 나오긴 했으나 결국 병원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몸이 좋지 않았는데도 일단 출근했고, 경기를 지휘하기엔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져 현장을 떠났다는 설명이었다.
염 감독이 건강 문제로 갑작스레 현장을 비운 것은 지난 6월25일 후 두 번째다. 염 감독은 당시 두산과의 더블헤더 1차전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밀검진 결과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기력이 쇠할 대로 쇠한 상태였다. 팀 성적 하락에 스트레스를 받아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던 게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
병원에선 염 감독에게 2개월의 심신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염 감독은 정말 2개월만 쉬었고 병원에서 권한 휴식기가 끝나자 곧바로 현장의 문을 두드렸다. 박경완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운영하던 SK는 지난달 28일 염 감독의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 본 뒤 염 감독의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그 당시 SK는 염 감독의 건강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상황은 염 감독의 몸 상태가 100% 회복된 게 아니라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염 감독의 현장 복귀를 전후해 팀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SK는 염 감독이 현장에 돌아온 지난 1일부터 7일 현재까지 6연패 중이다. 복귀 전 경기부터 계산하면 9연패다. 창단 최다 연패인 11연패(2000년)까지 2패만을 남겨두고 있다. SK는 정규시즌 개막 직후인 지난 5월에도 10연패를 당해 하위권 급속히 추락했다.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SK는 2000년에 기록했던 팀 역대 최저 승률을 경신할 공산이 크다. SK는 133경기 체제였던 2000년 44승3무86패로 승률 0.338을 기록했는데, 올 시즌 승률은 이보다 낮은 0.317(32승1무69패·9위)에 머물러 있다.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은 SK는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단 엠블럼을 교체하는 등 스무살이 된 구단의 역사를 자축한 바 있다. 불행히도 2020년은 구단 역사에서 가장 불명예스러운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