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125억 원을 투자한 결실이 보인다. NC 다이노스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직행의 꿈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NC는 28일 현재 71승42패3무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최근 8연승을 달리면서 2위 키움 히어로즈와 5경기차로 거리를 벌렸다. NC는 28경기, 키움은 20경기를 남겨둔 상황. 지금 두 팀의 분위기와 전력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키움의 막판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NC는 2018년 최하위라는 수모를 겪은 뒤 FA 최대어 포수 양의지를 4년 125억 원에 데려오며 전력을 보강했다. 단번에 125억 원 투자의 결실을 볼 순 없었다. 지난해는 5위로 가을 야구에 진출한 데 만족해야 했다.
올해는 '우승'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움직였다. 팀 파악을 마친 양의지는 주장 완장을 차고 NC에서 2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그는 "2년 만에 주장을 맡게 해주신 선수단과 구단, 감독님께 감사하다. 책임감을 갖고 올해 팀을 잘 이끌겠다.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도 있고 내 생각도 같다. 2018년 최하위에서 5위로 올라갔으니 더 위로 올라가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다짐했다.
하나의 목표로 뭉친 NC는 시즌 시작부터 기세가 대단했다. 시즌 초반 17승3패 승률 0.850으로 역대 시즌 20경기 시점 최고 승률 신기록을 세웠다. 드류 루친스키와 구창모가 원투펀치로 활약했고, 양의지-나성범-애런 알테어-박석민-강진성-박민우 등 타선은 불을 뿜었다. 8월에는 약점으로 꼽힌 불펜이 흔들리고, 구창모, 이재학 등 국내 선발진이 이탈하면서 승률 0.478(11승12패)로 잠시 주춤하긴 했다. 그래도 NC는 선두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가을바람이 불자 다시 NC가 힘을 냈다. 9월 들어 15승8패1무를 기록하며 2, 3위권의 추격을 따돌렸다. 그 중심에 양의지가 있었다. 양의지는 9월 24경기에서 타율 0.383(94타수 36안타), 8홈런, 3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포수로서 시즌 막바지 체력 부담을 느낄 시기인데도 4번타자의 임무를 다해줬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큰 힘이 됐다. 이동욱 NC 감독은 "양의지가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돌보고 그런 게 힘들 텐데, 팀을 잘 이끌고 있다. 2년째 보고 있지만 양의지는 원래 거의 이야기를 잘 안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후배들이 다가오면 언제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주장을 맡으면서 변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선수가 양의지를 '방망이를 끌고 들어와서 툭 치고 간다'고 표현했던데, 무심한 표정으로 치던 선수가 말이 많아졌다"며 양의지의 리더십을 반겼다.
물론 양의지 혼자 이룬 결과는 아니다. 9월 들어 박민우(0.404, 20타점), 나성범(0.346, 12타점), 박석민(0.300, 9타점), 알테어(0.299, 17타점) 등 주축 타자들이 다 같이 폭발했다. 투수 쪽에서는 루친스키, 마이크 라이트, 송명기, 이재학, 김영규 등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버텨줬다. 불펜에서는 베테랑 김진성과 임창민이 큰 보탬이 됐다. 김진성은 9월 14경기에서 14⅔이닝 무실점, 임창민은 12경기에서 11⅓이닝 1자책점으로 활약했다. 마무리 투수 원종현은 최근 계속 실점은 하고 있지만, 꼬박꼬박 세이브를 챙겼다.
양의지는 지난해 LG 트윈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1-3으로 져 탈락한 뒤 "가을이 너무 빨리 끝났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다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그렇게 됐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시즌에는 더 높은 순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덤덤히 이야기했다.
NC는 양의지의 바람처럼 더 높은 순위로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창단 첫 1위, 그리고 한국시리즈 직행이라는 새 역사를 쓸 준비도 마쳤다. 125억 원을 투자한 지 2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