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증명’에 어려움을 겪는다. 몸값을 다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구단들도 어느 정도 이를 감안한 계약을 한다.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만큼 첫 2~3년 정도에 보여줄 생산력에 주목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형우(37·KIA)는 굉장히 특이한 타자다. 최형우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00억 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당시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일단 모두가 최형우를 꾸준하고 잘하는 타자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심리적 허들인 100억 원을 넘겼다는 상징도 있었고, 만 34세 타자에게 과한 투자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최형우는 이 4년 100억 계약을 완벽한 성공으로 이끌어냈다. 최형우는 2017년 이적 후 11일까지 4년 통산 546경기에 뛰었다. 우선 가장 관건이 되는 ‘몸 상태’ 관리에 성공했다. 최형우는 2017년 142경기, 2018년 143경기, 지난해에는 136경기에 나갔고 올해도 125경기에 뛰어 풀타임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빛을 발했다.
열심히 뛰고, 좋은 성적을 냈기에 100억 가치가 있다. 4년간 타율 0.333, 출루율 0.426, 장타율 0.545를 기록했다. OPS 0.971은, 같은 기간 리그 3위(3년 이상 활약 기준)다. 오직 박병호(키움·0.998), 멜 로하스 주니어(kt·0.980)만이 최형우 위에 있다. 이 기간 기록한 405타점 또한 리그 4위다. 무엇보다 확실한 슬러거가 없었던 KIA 팀 내 사정을 생각하면 이 기록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
최형우는 올해도 125경기에서 타율 0.348, OPS 0.989의 변함없는 활약을 하고 있다. 만 37세 이상의 타자가 OPS 0.960 이상을 기록한 것은 역대 세 차례 사례가 있었다. 1982년 백인천(MBC·1.237), 2009년 로베르토 페타지니(LG·1.043), 그리고 2007년 양준혁(삼성·1.019)이 전부다. 그 다음 최형우가 있다.
선수 가치에 OPS 외 다른 지표도 넓게 고려해야겠지만, 양준혁 이후 가장 좋은 생산력을 보여주는 만 37세 이상의 타자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KBO리그 역대 최고 타자인 이승엽도 만 37세 시점에 최형우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려냈을지는 몰라도, 더 높은 OPS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최형우는 올 시즌을 끝으로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보상금 규모를 생각하면 타 팀 이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결국 KIA 잔류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인데, KIA가 만 38세 이후 최형우의 가치를 어떻게 산정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4년 100억 원의 투자 가치는 충분히 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 어려운 일을 최형우가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