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의 조건은 명확해졌다. 롯데 자이언츠 안치홍이 아쉬움이 짙었던 FA 1년차 시즌을 뒤로하고 2년차 시즌을 맞이한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고 롯데로 전격 이적한 안치홍은 2+2년 총액 56억원이라는 계약을 맺었다. 첫 2년 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뒤 선수와 구단 상호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구단이 계약 연장을 원할 경우 선수가 이를 받아들이거나 FA를 다시 선언할 수 있다. 구단 역시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권리를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바이아웃 1억원이 주어진다.
메이저리그에서나 볼수 있을 법한 계약 조건의 사실상 첫 번째 케이스가 안치홍이었다. 직전 시즌 아쉬운 모습으로 안치홍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냉담했던 것을 감안하면 안치홍으로서도 자신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릴 절치부심의 계약이기도 했다. 구단 입장에서도 장기 계약의 위험부담을 덜었다.
여러모로 화제를 모으고 기대를 갖게한 안치홍의 FA 첫 시즌이었다. 그러나 안치홍은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내지 못했다. 되려 커리어에서 최악으로 꼽을만한 기록을 이적 첫 시즌에 만들었다. 잠깐 활활 타오르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를 꾸준하게 이어가지 못했다.
올해 타율 2할8푼6리(412타수 118안타) 8홈런 54타점 49득점 OPS 0.764의 기록에 그쳤다. 타율과 OPS 모두 데뷔 시즌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 가장 좋지 않았던 FA 직전 시즌인 2019년보다도 기록이 뚝 떨어졌다. 2루수로 가치를 재평가 받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실책은 데뷔 이후 최다인 14개를 범했다. 결국 시즌 막판에는 급성장한 오윤석에게 주전 2루수까지 내주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선두주자가 페이스메이커인 경쟁자에게 자리를 내준 꼴이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큰 성적. 가장 문제는 안치홍은 1년 내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안치홍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체중 감량 등 부활의 의지를 다졌지만 잔부상 치레를 면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 당한 햄스트링 부상이 시즌 내내 불안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부상으로 인해 안치홍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외에 발바닥 등 다른 부위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했다.
결국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FA 2년차 시즌이자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시점의 최대 관건이다. ‘건강한 안치홍’의 가치는 이미 증명이 된 바 있다. 그러나 건강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2년 옵션을 따내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롯데 입장에서도 안치홍의 부활이 필요하다. 안치홍의 부활을 전제로 타선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기대했다. 시즌 막판 오윤석이 가세해 활력을 불어 넣었지만 ‘상수’라고 평가 받았던 안치홍이 시즌 내내 아쉬움 짙은 모습을 보여줬다. 롯데 타선의 생산력 회복에 기여한 바는 미미하다.
2021년 시즌 안치홍의 건강한 부활은 선수 개인이나 구단 입장에서 모두 절실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