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미친 거 아닙니까? 정치인들이 체육을 완전 만만하게 본 거네요. 체육회장 선거판이 완전 정치판입니다. 정치 철새 같네요.”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 자격미달 논란으로 끝내 출마를 포기한 장영달(72)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출신 4선)의 바통을 이어받아 제41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던 이종걸(63)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출신 5선). 그가 하루도 안돼 다른 후보를 밀겠다며 언론에 불출마 선언을 하더니 29일 후보등록 마감 4분 전 기습적으로 후보자 등록을 마쳐 체육계를 경악시켰다.
현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기도 한 이 전 의원은 이날 오후 5시56분께 서울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등록을 마쳤고, 기호추첨을 통해 4명의 후보자 중 1번을 배정받았다. 앞서 이기흥(65·선거규정상 직무정지) 현 대한체육회 회장과 강신욱(65) 단국대 교수가 이날 오전, 그리고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 회장이 이날 오후 4시께 후보를 마쳐 3파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의 가세로 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예측할 수 없는 혼전 양상이 됐다. 유준상 회장이 2번, 이기흥 회장은 3번, 강신욱 교수가 4번을 배정받았다.
이틀새 전격 출마 선언→포기→막판 예상 밖 후보등록 등 오락가락한 이 전 의원의 행태는 체육인들을 충격을 넘어 분노로 들끓게 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28일 저녁 강 교수와 만나 후보단일화를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자신은 불출마하고 강 교수를 밀어주기로 약속까지 했다. 29일 오전까지도 그는 언론을 통해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당 정치인 출신들이 느닷없이 체육회장 선거에 나온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들이 많은데, 특히 이종걸 전 의원과 장영달 전 의원은 출마와 불출마를 밥먹듯 번복하며 체육계를 완전 우롱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번 선거에 앞서 ‘반 이기흥’을 기치로 내건 인사들은 필승을 위해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러나 일부 후보가 서로 자신들이 적임자라며 뜻을 굳히지 않아 단일화에 실패했다. 강 교수와 유 회장은 전날 이에리사 전 의원, 윤강로 국제스포츠연구원장과 4자 회동을 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종걸 전 의원의 ‘배신’으로 강 교수는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강 교수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 체육회를 지배하고 있는 사조직화된 분위기가 국민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 시스템을 흐트러뜨린 사람들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지만, 잠시 믿었던 이 전의원의 배신으로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게다가 유준상 회장이 “장영달 이종걸 강신욱으로 이어지는 바람잡이 선거꾼들이 후보등록을 앞두고 출마의사를 오락가락 번복하는 것도 모자라 번갈아가며 릴레이로 후보를 내세우는 야합을 자행했다”고 출마의 변을 밝힌 뒤 “후보단일화를 빙자해 나를 비롯한 윤강로, 이에리사 후보를 우롱한 강신욱 교수의 이중적 처신을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통해 심판하고자 한다”고 비난 수위를 높여 강 교수의 입지를 더욱 좁아들게 만들었다.
후보 난립으로 이번 선거는 이기흥 회장에게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전날 “체육인의 땀과 노력으로 일궈온 대한민국 체육 100년 역사를 바탕으로 앞으로 100년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소임을 다하고자 재선에 도전한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선거운동기간은 30일부터 내년 1월17일까지며 1월18일 선거가 실시된다. 선거인단은 217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