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wiz의 불펜 투수 주권이 5%의 벽을 넘어섰다.
KBO 연봉 조정위원회는 25일 서울 강남구 KBO 사옥 2층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kt 구단이 아닌 주권이 제시한 2021년도 연봉 액수가 합당하다고 판정했다.
kt는 지난해 1억5천만원을 받았던 주권에게 7천만원 오른 2억2천만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주권은 이보다 3천만원 많은 2억5천만원을 요구했다.
주권은 결국 KBO에 연봉 조정을 신청했고, KBO 연봉 조정위는 주권의 올해 연봉으로 2억5천만원이 타당하다고 인정해줬다.
주권은 이 승리를 위해 에이전트인 강우준 변호사와 함께 많은 준비를 했다.
2억5천만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가치를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선수가 이런 자료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그동안 선수들이 연봉 조정에서 줄줄이 패배의 쓴맛을 본 이유 중 하나였다.
방대한 정보력과 데이터를 갖춘 구단과 맞서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비교될 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선수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에이전트 제도도 없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스스로 연봉 조정 신청을 철회하기가 일쑤였다.
주권 사례를 제외하고 연봉 조정 신청은 총 97차례 있었지만, 실제 조정위가 열린 것은 20회에 불과했다.조정위에서 주권에 앞서 선수가 승리한 적은 1번뿐이다. 5%의 확률이다.
주인공은 류지현 현 LG 트윈스 감독이다. 류 감독은 2002년 연봉으로 2억2천만원을 요구하며 1억9천만원을 제시한 LG 구단에 맞섰고, 조정위에서 승리했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도 타격 7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뒤 2011년 연봉 조정을 신청했지만, 당시 조정위는 구단의 편을 들어줬다.
주권은 류 감독 이후 19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연봉 조정에서 승리한 선수가 됐다. 조정위에서 선수의 승리 확률은 9.5%로 높아졌다.
kt는 체계적인 고과 시스템에 따라 연봉을 책정한다. 선수로서는 '통보'로 느껴질 만큼 협상의 여지는 거의 없다.
주권은 선수의 권리를 찾기 위해 당당하게 조정을 신청했다.
주권은 이날 3시간에 걸친 조정위 회의 현장을 끝까지 지켰다. 에이전트와 함께 위원들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조정위의 최종 판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주권은 조정위 시작 전 "구단에서 선수의 권리를 많이 생각해주셔서 감사하다. 결과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조정을 신청한 것만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듯이 보였다.주권은 이대호 이후 10년 만에 연봉 조정위의 대상 선수가 된 것에 대해 "이런 자리를 처음이라 긴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여기까지 온 것은 팬분들 덕분이다. 팬 덕분에 힘이 많이 났다"고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실제로 팬들은 연봉 조정 신청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주권에게 많은 응원을 보냈다.
주권은 "동료 선수들도 한마음으로 '응원한다'는 짧고 굵은 메시지를 줬다"고 고마워했다.
kt는 이번 조정을 계기로 연봉 고과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숭용 kt 단장은 이미 "이번 시즌이 끝나면 중간 투수 평가에 변화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