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배구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현역 유명 여자 배구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것.
천만다행으로 해당 선수는 동료 선수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치료를 받은 선수는 퇴원해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국내 여자 프로배구의 인기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만큼 많은 팬의 관심과 애정에 노출된다. 여기에 소셜미디어(SNS)의 확산으로 대다수 구단과 선수는 해당 채널을 통해 팬과 교류한다.
여기까진 긍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경기력에 대한 비판과 사생활을 침범하는 수준까지의 간섭은 선수를 지치게 만든다. 선수 역시 SNS를 통한 불필요한 행동으로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한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선 많은 개인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 화합과 협력 반대로는 갈등과 반목 역시 그 일부분이다. 이 모든 걸 슬기롭게 이겨내며 살아가야 하는 게 오늘날의 선수 아니 모든 이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프로 선수의 경우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사회 초년생으로 치부될 어린 나이 혹은 충분한 경험 없는 상태에서 노출된다는 것이다.
치열한 승부가 오가는 경기장 안에선 선배 혹은 팀의 리더가 중심이 돼 흔들리는 선수의 마음을 다잡아준다.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기 외적인 문제로 흔들릴 땐 누가 손을 내밀어줄 수 있을까.
이미 지난해 여자 프로배구는 소중한 선수 한 명을 잃었다. 이번에 쓰러진 선수 역시 팀 내 갈등과 악플 등 심리적인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나온 이야기였지만 명확한 대처가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국내와 해외에서 가장 큰 격차를 보이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선수의 심리를 대하는 자세다. 국내 스포츠 팀이 경기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해외의 경우 선수의 심리 상태부터 시작한다.
한 예로 지난 2019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경기 중 자신의 태클에 넘어진 상대 선수가 다른 선수와 추가로 충돌하며 다리가 골절되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머리를 감싸 쥔 손흥민은 눈물까지 보이며 크게 위축됐다. 소속팀 토트넘은 밀착 심리 치료에 돌입했다. 상담 전문의를 붙여 멘탈 회복에 힘썼다.
이외에도 여러 팀이 내부에 심리분석관을 둬 선수의 멘탈 케어와 경기력 증진 방안을 연구한다.
심리적인 부분은 경기 관련된 부분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국내 프로축구(K리그)에서 뛰는 조현우(울산현대)의 경우 대표팀 경기를 위해 오스트리아에 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후 격리의 시간과 불안감은 그를 옥죄어왔다.
현지에서 심리 상담을 받은 그는 국내에 와서도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결국 가족의 권유로 심리 치료를 받았다.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금방 나아질 수 있었지만 운동선수라는 부담감에 면담을 통한 치료를 택하기도 했다.
이제 눈앞에 보이는 선수들의 경기력에만 집중하는 시대는 지났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두고 ‘안 터질 수도 있지’, ‘내 차례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지켜봐선 안 된다. 팀이고 식구라면 해결 방법은 못 찾아도 적어도 함께 고민해줄 순 있어야 한다.
이번 일의 경우에도 쓰러진 선수에만 관심을 기울일 게 아니라 함께 했던 팀 동료, 구단 직원 등 모두의 마음을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 선수뿐만 아니라 누구든 마음을 터놓고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생겨야 한다. 뒤늦게라도 외양간을 고쳐 더 이상의 아찔한 소식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