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단 10개뿐이라는 감독의 자리. 하지만 권위 의식은 모두 내려놓았다. 선수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경청하겠다는 그는 코치들의 지시도 마다하지 않으며 직접 펑고 배트를 잡았다. LG 트윈스 1년 차 사령탑, 류지현(50) 감독의 이야기다.
류 감독은 최근 취재진과 인터뷰를 앞두고 늘 얼굴이 상기돼 있는 편이다. 이마에는 땀도 송골송골 맺혀 있다. 그는 경기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 위치한 실내 연습장에서 내야수들을 상대로 펑고를 직접 치고 있다.
굳이 수고스럽게 감독까지 직접 나서서 펑고를 치는 이유가 뭘까. 류 감독은 "감독이 펑고를 치면 안 된다? 그런 건 없죠"라면서 "제가 치고 싶어서 치는 게 아니고, 김민호 수비코치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수비 코치 출신이기도 한 류 감독은 "저는 하라는 대로 하는 거다. 김 코치가 저한테 (치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아무래도 수비 쪽 분야니까, 같이 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캠프에 내야수 인원이 많은 편이다. 수비 훈련을 2그룹으로 하는 것보다 3그롭(김우석 2군 수비코치까지)으로 나눠서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제 손이 필요하다고 해 그렇게 하게 됐다. 근데 시켜서 하는 게 맞다"라고 웃으며 재차 강조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코치가 6명이나 있는 류 감독이다. 김동수(53) 수석코치를 비롯해 김민호(52) 코치, 김호(54) 주루코치, 이종범(51) 작전코치, 김정민(51) 배터리 코치, 김용일(55) 수석 트레이닝 코치 모두 류 감독보다 나이가 많다.
사령탑이지만 류 감독은 언제나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가며 코치들을 대하고 있다. 그는 "선배님들이 굉장히 잘 준비하고 도와주는 모습에 굉장히 고마운 일"이라고 인사하면서 "1월부터 일정이나 훈련 방식 등 방향성에 있어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해오셨더라. 저도 코치 생활을 오랫동안 해봤지만, 운동장에서 우왕좌왕 하면 선수들도 정리된 게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없어 저도 굉장히 흐뭇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탈권위'로 대표되는 류 감독의 모습에 선수들의 마음도 녹아내리고 있다.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33)은 "감독님께서 펑고를 치시니 오히려 부담이 없다"면서 "아무래도 김민호 코치님이 수비 메인이고, 감독님은 총 책임자다. 그러다 보니 더 부담이 없다"며 환영했다.
불펜의 핵심 정우영(22)은 "과거엔 특히 어린 선수들이 감독한테 다가가는 게 쉽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류 감독님은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신다. 먼저 편하게 소통하길 원하고 다가오니까 그런 부분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친근하게 지내는 중"이라고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