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최용재]
울산 윤빛가람(중앙)이 지난 1일 강원 FC전 전반 프리킥 골을 넣고 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아시아 MVP'는 중국으로 가지 않았다. 울산 현대 미드필더 윤빛가람(31) 이야기다.
윤빛가람은 울산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주역이다. 4골3도움을 올린 그는 ACL MVP에 오르며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인정을 받았다. 이어진 2020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도 활약은 이어졌다. 울산이 2패를 당하며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윤빛가람은 인상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주목을 받았다.
그의 맹활약에 거대 자금을 보유한 중국이 주시했다. 광저우 헝다, 산둥 루넝 등의 클럽들이 윤빛가람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 머니'로 무장한 중동의 클럽도 윤빛가람을 눈독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프로 선수는 돈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중국과 중동으로 이적하다면 지금 울산에서 받는 연봉의 최소 2배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중국과 중동으로 떠난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이 이 유혹을 거부하지 못했다.
윤빛가람의 선택은 울산 잔류. 홍명보 신임 감독과 울산 구단이 윤빛가람의 필요성에 대해 진심을 담아 전했고, 결국 통했다.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1' 1라운드 울산과 강원 FC의 경기가 펼쳐졌다. 윤빛가람의 이적 여부가 큰 관심사였다.
경기 전 홍명보 감독은 "윤빛가람이 잔류한다"고 명확하게 말했다. 그는 "윤빛가람과 충분히 대화를 했고, 교감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확실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확실하다. 울산에서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울산 윤빛가람이 지난 1일 강원 FC전 선제골을 넣고 홍명보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흔들림 없이 올 시즌 울산에 올인을 선언한 윤빛가람. 그는 홍명보 감독의 진심에 답했다. 강원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홍명보 감독에게 K리그 데뷔승을 선물했다. 전반 초반 강원에 결정적 실점 위기를 내주는 등 울산은 흔들렸다. 이런 흐름을 단번에 바꾼 이가 윤빛가람이었다. 전반 28분 김지현이 얻어낸 프리킥. 아크 중앙에서 윤빛가람이 오른발로 감아찼다. 공은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을 정확하게 갈랐다. 환상적인 프리킥 골. 이 골이 결승골이었다.
이 골 덕에 울산의 폭발력이 살아났다. 후반 9분 김기희, 후반 12분 이동준, 후반 18분과 25분 김인성의 골까지 터져 울산은 5-0 대승을 일궈냈다. 게임체인저 역할을 한 윤빛가람이 단연 승리의 일등 공신이다. 그는 홍명보 감독의 첫 번째 '황태자'로 등극했다. 경기 후에도 홍명보 감독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선제골이 중요했는데 윤빛가람이 득점까지 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웃었다.
이날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직접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올림픽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준비하면서 벤투 감독은 부임한 뒤 최초로 윤빛가람을 발탁했다. 하지만 11월 열린 A매치 멕시코, 카타르전에서는 선발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윤빛가람을 놓고, '확신을 주지 못하지만 대표팀에 선발될 능력을 갖춘 자원'으로 바라보는 듯 하다. 꾸준한 대표팀 발탁을 위해서라면 벤투 감독에게 확신을 줘야 한다. 강원전도 그 중 하나의 기회였다. K리그1 개막전에서, 벤투 감독이 직접 눈으로 보는 상황에서, 강렬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