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 ⓒ 뉴시스한국 프로야구가 도덕 불감증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국가대표 감독까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최근 KBO리그는 NC 다이노스발 ‘술자리 파문’으로 인해 발칵 뒤집힌 상황이다. 서울 원정 당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술판을 벌인 일부 선수들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했고, KBO는 리그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지난 12일 일정 중단을 결정했다.
부적절한 사적 모임은 대표팀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가장 먼저 NC 2루수 박민우가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이번에는 키움의 불펜 투수 한현희가 대표팀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 입장에서는 당초 구상했던 엔트리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김 감독은 장고 끝에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김 감독은 한현희 대신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도쿄에 데려간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일본과 미국 야구를 두루 경험한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힌다. 올 시즌 역시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37경기에 출장해 27세이브 평균자책점 2.52로 삼성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오승환은 과거 불법해외원정도박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 뉴시스문제는 오승환이 높은 스포츠 정신을 요구하는 올림픽 대표팀에 어울리는가의 여부다.
잘 알려져 있듯 오승환은 지난 2015년 불법해외원정 도박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이듬해 형이 확정된 뒤 KBO로부터 중징계(시즌 전체의 50% 출장 정지)를 받은 바 있다.
대한체육회는 ‘음주운전 또는 불법도박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선수 및 지도자는 국가대표로 발탁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그리고 형이 확정된 후 2년’이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규정상 오승환의 대표팀 발탁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도덕 불감증이 문제로 떠올라 리그가 발칵 뒤집힌 지금 시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두가 몸을 사리고 조심해야할 시기, 김경문 감독의 오승환 발탁은 자칫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방역 수칙을 어긴 선수들을 놓고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실제로 선수들은 경기 전날 무슨 일을 벌이든 그라운드에서만 성적이 좋으면 용서가 됐고 이와 같은 악습이 이어져 이번 ‘술자리 파문’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경문 감독도 오승환 발탁 논란을 야구대표팀의 메달 획득 등 성적으로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변하고 있으며 프로 선수와 지도자 모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