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구단 역사에서 1985년 이후 좌완 선발 중 가장 길었던 24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썼다.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MHN스포츠 이규원 기자] "지금을 만끽하고 싶다. 승리가 없었던 그 두 달이 힘들었다. 그래서 5연승을 달리고 있는 지금을 만끽하고 싶다. 생일에 5연승을 달성해 더 기쁘다. 두 달 동안 승리가 없어서 두 달 동안 패전이 없어야 절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김광현)
"(김광현의) 연속 무실점 기록은 24이닝에서 끝났지만 세인트루이스 구단 역사에서 1985년 이후 36년 동안 좌완 선발 중 가장 길었던 기록이다"(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
7월 4전승을 포함해 개인 5연승을 질주한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니덜스)의 극적인 반전은 드라마틱했다.
서른세 살 생일을 맞은 김광현은 연속이닝 무실점 기록은 아쉽게 중단됐지만,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김광현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서 6이닝을 2안타 2실점으로 막았다.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의 선발 호투에 힘입어 지구 라이벌 컵스와의 이번 4연전을 3승 1패로 마쳤다.
투구 수 84개를 기록한 김광현은 삼진 7개를 뽑으며 볼넷 1개만 허용했고 평균자책점은 2.87에서 2.88로 조금 올라갔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한 김광현은 3-2로 앞선 상황에서 6회를 마치고 교체됐지만, 불펜투수들이 추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세인트루이스가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최근 5연패 뒤에 5연승을 거둔 김광현은 시즌 6승(5패)째를 수확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한국인 투수 김광현이 23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에서 시즌 6승째를 거둔 뒤,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화상 인터뷰 캡처]
특히 김광현은 7월 들어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25이닝 동안 2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72를 기록, 강력한 내셔널리그 '7월의 투수' 후보 자리를 지켰다.
만약 김광현이 이달의 투수로 선정된다면 한국인 투수로는 세 번째다.
1998년 7월 박찬호가 한국 선수 최초로 이달의 투수로 뽑혔고, 2019년 5월에는 류현진(당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뒤를 따랐다.
류현진은 2019년 5월 6경기에서 5승 평균자책점 0.59를 기록하며 이달의 투수에 선정됐다. 김광현의 기록도 부족함이 없다.
4월 24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첫 승 수확 이후 두 달간 5패만 쌓았던 김광현은 드라마틱한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시즌 2승을 챙긴 것을 시작으로 5연승을 내달렸다.
7월 들어서는 연일 괴력투를 펼치고 있다.
다만, 박찬호(은퇴)의 33이닝,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32이닝 기록이 눈앞으로 다가왔던 만큼 김광현도 사뭇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꼭 기사가 나오면 점수를 주더라"며 웃은 뒤 "그래서 기사로 안 나오길 바랐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4회초 2사 1, 2루에서 제이크 매리스닉에게 내준 2타점 2루타를 특히 아쉬워했다.
그는 "오늘은 실점했던 그 공 하나가 아쉽다"며 "투구 전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직구로 승부를 겨루자고 했다. 공이 살짝 몰리긴 했지만, 타자가 잘 쳤다. 야구는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다음에는 그런 시행착오가 나오지 않도록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김광현은 만으로 서른셋이다. 빅리그에서 2년 차를 맞는 김광현은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어디쯤 와 있을까.
김광현은 "2017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그해를 통째로 쉬었는데, 그때 반환점을 돌았다고 생각했다"며 "야구는 끝이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여기(메이저리그) 와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도 선진 야구를 배우는 자세로 임하며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잠시 함께했던 김광현의 가족들은 이날 경기 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족들을 직접 공항까지 배웅했던 김광현은 "가족들은 선발 등판하는 경기니까 공항에 나오지 말고 자라고 했지만,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인사했는데, 그래서 기분 좋게 오늘 경기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