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전 한국과 브라질 경기에서 김연경이 심판에 이의를 제기하는 가운데 부심 앞에 네트 사이드에 붙은 안테나가 보인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배구 네트의 양쪽 끝을 보면 안테나(Antennae)가 서 있다. 배구 경기를 자주 보지 않은 이들은 붉은 색과 하얀 색이 칠해진 안테나의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수 있다. 안테나는 배구 네트의 일부라고 이해하면 큰 문제는 없다. 네트 양 사이드의 경계를 표시하는 안테나는 네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볼이 넘어가는 공간을 분명하게 판정하는 기준선이라고 볼 수 있다. 안테나에 맞으면 아웃으로 처리돼 상대에게 점수를 1점 내준다. (본 코너 491회 ‘왜 네트(Net)라고 말할까’ 참조)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A조 조별리그 예선 한국과 도미니카 경기 3세트에서 안테나와 관련한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한국 에이스 김연경이 공격이 상대 블로킹 맞고 안테나에 떨어진 것이다. 도미니카 히네이리 마르티네스가 안테나를 맞추며 범실를 했다. 심판이 한국의 득점을 선언하자 도미니카 선수들은 안테나에 맞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항의하려 했다. 이때 김연경은 마르티네스를 향해 “안테나, 안테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순간 마르티네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김연경을 자신의 ‘우상’으로 여긴다고 말해왔던 그는 애써 웃음을 참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안테나의 역할은 네트 양쪽 끝에서 볼의 아웃과 인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기준이 된다. 안테나를 건드리거나 안테나 밖으로 나간 볼은 아웃으로 처리돼 상대에 점수를 내준다. 안테나 안쪽으로 넘어가 상대 코트에 떨어지면 당연히 인으로 처리돼 점수를 올릴 수 있다.
원래 ‘Antennae’는 ‘Antenna’의 복수형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등에 따르면 안테나의 어원은 선박 닻을 의미하는 라틴어 ‘Antemna’이다. 같은 의미인 그리스어 ‘Keraioi’와도 연관이 깊다. 17세기 중반 영어로 차용됐다. 외래어인 안테나는 국어사전에서 전파를 보내거나 받기 위하여 공중에 친 도체, 공중선이라고 설명한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칙에 따르면 네트위에는 원칙상 아무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센터라인을 가로질러 세워진 네트는 길이 9.5m에 너비 1m의 그물망으로 이뤄져 있다. 그물 크기는 가로세로 10cm의 정사각형이다. 네트 상단에는 5cm 너비의 밴드를 두겹으로 붙이며 네트는 어느 부분이든 똑같은 높이가 되도록 수평이 되어야 한다. 양쪽의 사이드라인 바로 윗부분에는 네트 위 끝에서부터 아래끝까지 너비 5cm의 흰색 천으로 된 사이드밴드가 달려있다. 이 사이드밴드에 길이 1.8m, 지름 약 1cm의 안테나가 설치돼 있다. 재질은 유연성있는 조그만 봉형태로 이뤄져 있으며, 네트 위로 80cm 올라오도록 돼 있다. 빨간과 하얀 두 가지 색깔로 된 것은 시각적으로 눈에 띠게 하기 위한 때문이다.
경기 중 안테나는 심판 판정에 큰 도움을 준다. 네트를 기준으로 왔다갔다하는 볼의 궤적을 쉽게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마치 안테나의 어원의 의미처럼 배의 닻이 배가 갈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처럼 배구에서 안테나는 선수들에게 볼의 방향을 알게하는 기준이자 지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