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욱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한화의 1차 지명 잔혹사가 재현됐다.
한화는 14일 선수단 정리 차원에서 총 12명의 선수들을 방출했다. 그 중에는 육성선수 신분의 좌완 투수 김태욱(23)이 있었다. 개명 전 '빅리거' 김병현과 같은 이름으로 한화에 1차 지명을 받았던 그 투수가 맞다.
김태욱은 북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7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당시 세광고-홍익대 출신 포수 나원탁(현 롯데 외야수)도 1차 지명 후보였지만 한화는 최고 구속을 140km대 초반으로 끌어올린 김태욱의 가능성을 보고 택했다.
즉시 전력으로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첫 해 2군에서 육성 기간을 가졌다. 24경기 중 17경기를 선발등판하며 2승10패1홀드 평균자책점 6.38을 기록했다. 이듬해 2018년에도 2군에만 머무르며 선발 5경기 포함 17경기에서 1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6.42.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한 채 군입대했다.
2020년 제대 후 돌아왔지만 성장이 정체됐다. 지난해 12경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7.50에 그쳤고, 올해는 20경기에서 승리 없기 6패만 안으며 평균자책점 8.52로 부진했다.
입단 5년차에도 성장 속도가 지체되면서 한화는 김태욱도 방출 명단에 넣었다. 1군 데뷔도 하지 못한 채 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 2군 퓨처스리그 통산 성적은 73경기(28선발) 4승19패3홀드 평균자책점 7.02.
한화로선 또 한 번의 지역 연고 단위 1차 지명 잔혹사가 쓰여졌다. 지난 2018년에도 북일고 출신 우완 성시헌을 1차 지명으로 뽑았지만 1년 만에 방출하기도 했다. 당시 성시헌은 1군은 물론 2군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육성군에만 머물렀다.
성시헌 /OSEN DB
한화는 2000년대 내야수 김태균(2001년), 투수 안영명(2003년)을 제외하면 1차 지명 선수 성공 사례가 거의 없었다. 거액의 계약금을 투자했던 투수 김창훈(2004년), 유원상(2006년)도 한화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2010~2013년에는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됐지만 2014년부터 1차 지명이 부활하며 잔혹사가 이어졌다.
충청 지역 팜이 악화되면서 유망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1차 지명이 재도입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투수 황영국, 투수 김범수, 내야수 김주현, 투수 김태욱, 투수 성시헌, 내야수 변우혁을 뽑았다. 이 중 1군 풀타임으로 자리잡은 선수는 김범수밖에 없다. 김주현은 2019년 시즌을 마친 뒤 롯데로 트레이드됐고, 황영국은 오랜 시간 부상으로 재활하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1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6월 시즌 중 상무에 입대한 변우혁은 군복무 중으로 아직은 성패를 논하기에 이르다.
최근 2년간 8~10위 팀들의 전국 단위 1차 지명이 가능해지면서 한화도 한시름 놓았다. 최근 2년 연속 연고 지역이 아니라 전국 단위 1차 지명을 행사했다. 올해 입단한 부산고 출신 내야수 정민규에 이어 광주진흥고 초고교급 투수 문동주가 내년에 합류한다. 내년 열리는 2023 신인 지명부터 전면 드래프트로 바뀜에 따라 한화의 1차 지명 잔혹사도 이렇게 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