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의 해법은 ‘인내’다.
오리온은 2020~2021 시즌 외국 선수 때문에 애를 먹었다. 높이 강화를 위해 데리고 온 제프 위디(213cm, C)는 시즌 중반 퇴출됐고, 대신 투입된 데빈 윌리엄스(206cm, F)는 태업으로 오리온의 애를 태웠다. 오리온은 결국 6강 플레이오프에서 좌절했다.
2021년 여름. 오리온 사무국과 코칭스태프는 외국 선수 찾기에 더 집중했다. 고심 끝에 미로슬라브 라둘리차(213cm, C)를 1옵션 외국 선수로 선정했다.
라둘리차는 밀로스 테오도시치와 보그단 보그다노비치 등과 함께 세르비아 농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빅맨. NBA와 CBA(중국프로농구) 등 수준 높은 리그에서 자기 역량을 보여줬다.
그러나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지난 9일 개막전 직전 인터뷰에서 “우리 외국 선수가 타 팀에 비해 늦게 입국했다. 몸이 아직 안 된 상태다. 실전을 치르면서 몸을 끌어올리고, 국내 선수와 합을 맞춰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 후 “네임 밸류는 분명 좋다. 그러나 전성기에서 내려온 선수다. 또, 라둘리차가 그 동안 경험했던 리그와 한국 농구는 다르다. 특히, 중국 선수들은 다 키가 커서 바꿔막기를 많이 쓰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라둘리차의 적응 여부를 ‘변수’로 여겼다.
실제로, 라둘리차는 개막전에서 6점에 그쳤다. 야투 성공률은 16.7%(2점 : 1/6)에 불과했다. 반대로, SK 1옵션 외인인 자밀 워니(199cm, C)는 이날 26점에 야투 성공률 65%(13/20)를 기록했다. 1옵션 외인 싸움에서 진 오리온은 SK에 87-105로 완패했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보시다시피, 라둘리차가 몸을 끌어올려야 한다. 몸을 끌어올리면서 KBL에도 빨리 적응해야 한다”며 라둘리차의 경기력에 미소짓지 못했다.
계속해 “리바운드를 잘해줘야 하는데, 리바운드가 안 됐다. 수비도 잘 안 됐다. 상대가 라둘리차를 끌어낼 때, 라둘리차의 수비 허점이 노출됐다”며 ‘수비’와 ‘리바운드’에서의 약점을 콕 짚어 이야기했다.
라둘리차는 다음날 전주 KCC전에서 22분 33초만 뛰고도 19점 9리바운드(공격 3) 3어시스트에 2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KBL 대표 장수 외인인 라건아(199cm, C)를 압도했다. 기대감을 불러모았다.
그렇지만 지난 12일에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또 고전했다. 8점 5리바운드(공격 2)에 그쳤다. 무엇보다 KGC인삼공사 특유의 빼앗는 수비와 빠른 수비 로테이션에 고전했다.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기도 했다.
KGC인삼공사가 외국 선수 1명만으로 운용했기에, 라둘리차의 부진은 더욱 뼈아팠다. 오리온이 연장 접전 끝에 102-98로 이겼지만, 라둘리차의 부진은 생각해야 할 요소였다.
강을준 감독 역시 경기 종료 후 “상대 외국 선수 결장으로 준비한 게 어그러졌다. 그러나 1옵션 외국 선수로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발이 느린 걸 또 한 번 노출했다”며 라둘리차의 약점을 떠올렸다.
라둘리차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을준 감독은 “부진하더라도, 몸이 올라올 때까지 계속 뛰게 해야 한다. 뛰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KBL에도 적응해야 한다. 그렇게 됐을 때, 라둘리차의 진가를 확인해야 한다. 나도 그런 점을 기대하고 있다”며 라둘리차를 기다리고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정확한 대처법이다. 한국에 입국한 지 1달도 안 된 라둘리차가 이름값을 보이는 건 어렵고, 국내 선수도 라둘리차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시너지 효과가 나오려면, 최소 1라운드까지 기다려야 한다.
극단적인 대책(교체)을 쓰더라도, 대체 외국 선수도 2주 자가 격리를 거쳐야 한다. 몸을 만드는데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대체 외국 선수가 자기 몫을 해내지 못하면, 오리온은 ‘교체 카드’와 ‘전력 향상’을 모두 놓칠 수 있다. 분위기가 더 떨어질 수 있다.
강을준 감독도 그걸 알기에, “몸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속은 바짝 타들어갈 것이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카드가 통하지 않고 있고, 그 카드가 완성될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다만, 시간 절약을 위한 최선의 조치는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