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일까 ‘무지’일까.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 팬들의 철없는 행동이 여기저기서 우려를 낳고 있다. ‘사우디식 머리 장식’ 이야기다.
영국 축구계의 인종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킥잇아웃(Kick It Out)은 일부 팬들이 경기장에 아랍 문화권의 전통적인 머리 장식을 쓰고 나오는 행위와 관련해 구단에 긴급 대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캐슬은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 국부펀드(PIF)를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구단주 변경 이후 첫 경기였던 지난 일요일 토트넘전 당시 관중석에선 일부 팬들이 사우디식 머리 장식을 흉내내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수건이나 천 등을 뒤집어 쓰고 이마 위로 띠를 두르는 식이었다. 구단이 막강한 ‘오일머니’ 자금력을 갖추게 된 상황을 자축하며 준비한 퍼포먼스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킥잇아웃은 이 같은 행동이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지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문화권의 진지한 전통을 유흥 요소로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문화적 도용(Cultural appropriation)’이라는 용어로도 불린다.
2018년 패션 브랜드 구찌는 시크교도의 터번을 쓴 모델을 런웨이에 올렸다가 문화적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한국 방송에서 희극인들이 흑인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개그를 선보이는 것이나 아메리칸 원주민과 무관한 이들이 파티 등지에서 인디안 복장을 하는 것 등도 문화적 도용 행위로 분류될 수 있다.
아랍권 축구팬들 사이에선 실제로 ‘불쾌하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내부에서도 이 같은 광경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