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를 중계하는 케이블스포츠TV 4개사가 25일 KBO와 구단을 상대로 ‘배상 방안을 수립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7월 있었던 일방적 시즌 중단과 후반기 시청률 30% 급감에 따른 손해가 상당하다는 것이 이유다. 프로야구 인기 하락 이유와 배상 책임 등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크지만 국내 프로야구 산업 가치 하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산업구조에 대한 개혁수준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프로야구 산업 몰락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중계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7월 시즌 중단 때문에 월 단위 광고 판매에 심각한 문제가 벌어졌고, 이후 여론 악화 등에 따라 시청률이 30%나 급감했다. 144경기 소화를 위한 연장 폐지 결정 등도 일방적으로 이뤄졌고, 더블헤더 증가 역시 중계 수익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중계사 고위 관계자는 “중계권료를 연간 540억원이나 받는데, 갑작스런 리그 운영 방식 변화가 모두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KBO는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중계권 담당 자회사인 KBOP로 하여금 대응하도록 결정했다. 배상 여부는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시청률 하락은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 외에, 올림픽 메달 획득 실패도 거론된다. 시즌 운영 방식 변화 결정 역시 144경기를 모두 치름으로써 중계사들의 중계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게다가 케이블 중계사의 요청에 따라 ‘손해배상’ 형태의 보상이 이뤄진다면, 나머지 중계권사들 역시 비슷한 수준의 보상이 이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구장 광고 관련 비용 및 야구 관련 상품 업체들의 ‘배상 요구’가 빗발칠게 뻔하다. 법적 소송을 통해 시비를 가리는 것 역시 부담이 상당하다.
시시비비를 넘어 중계사들의 공식적 배상 요구는 한국 프로야구 산업의 가치 하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계사 고위 관계자는 “야구 케이블 중계는 3~4년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야구 중계는 스포츠TV 정체성 유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중계사의 배상 요구 이유가 일방적 리그 중단에 맞춰졌다는 게 열쇠다. 리그의 중요한 결정들이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없이 각 구단들의 유불리에 의해서만 이뤄진다면 사회 전체가 빠르게 바뀌는 현 상황에서 산업 자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단 이익에 따른 결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7월 리그 중단 외에도 2019년에 계약한 온라인 중계권 역시 야구 산업의 미래 보다는 당장 각 구단에 돌아갈 중계권료가 우선 고려됐다. 그 결과 야구 콘텐츠의 온라인 점유율은 급감했고 야구 인기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역시 ‘구단에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이 최우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야구 몰락은 더욱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