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김병수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갈 때 가더라도 강등만은 막아주려고 했는데…"
K리그1 강원FC가 시즌 종료 3경기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김병수 감독을 전격 해임했다. 강원 구단은 4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김 감독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김 감독과 강원의 인연은 3년 3개월만에 끝났다.
김 감독은 2018년 8월 시즌 중 팀의 지휘봉을 잡았고, 2019시즌에 팀을 파이널A로 끌어올리며 구단 역대 최고성적(6위)을 내면서 '병수볼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지만 2020시즌에는 시즌 7위로 파이널A에서 밀려났고, 올 시즌에도 11위(9승11무15패)로 강등 위기에 몰렸다. 결국 구단은 지난 3일 포항 스틸러스전에 0대4로 대패한 뒤 긴급 결정을 내려 김 감독의 해임을 결정했다.
경질이 발표된 후 자택(대구)에서 쉬고 있던 김 감독과 통화가 연결됐다. 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단 발표와는 달리 이 과정에서 '상호합의'는 없었다. 김 감독은 "나도 뒤늦게 전해들었다. 이영표 대표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는데, 이후 발표가 났다. 그게 일방통보지 어떻게 합의인가. 발표 이후 또 전화가 왔지만, 굳이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해임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보다는 '아쉬움'과 '걱정'을 토로했다. 다음은 김병수 감독과의 일문일답.
강원 김병수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경질에 대해 구단으로부터 미리 연락 받았나.
▶전혀 없었다. 어제 포항전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4년 만에 처음으로 화를 냈다. 강등 위기에서 다소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다시 일어서자고 다짐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려고 했던 시점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 대표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3통 와 있었다. 그러고 발표가 났다. 조금 황당하고 어이가 없긴 하다. 이후에 또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참 여러 가지로 많이 아쉽고, 걱정이 된다.
-아쉬운 점은 무엇이고, 걱정되는 점은 무엇인가.
▶굳이 이 시점에, 이런 형태로 (해임을) 결정했어야 하는 지가 우선 아쉽다. 지금 우리 선수들을 보라. 올해 내내 얇은 선수층으로 너무 고생했다. 다들 지쳐서 제대로 뛰지도 못한다. 이 선수들을 이끌고 어떻게든 강등은 면하게 해주고 싶었다.
어차피 나는 올해 계약이 만료되면 떠날 사람이었다. 재계약 생각도 없었다. 그저 올해 강등만은 면하게 해주려고 애쓰던 참이다. 위기가 눈앞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겨우 3경기 남은 시점에 굳이 나를 잘라서 얻을 게 무엇인가. 그것도 일방적인 통보로…3경기 남아있었다. 시즌을 마친 뒤에 (해임)해도 충분하지 않나. 가뜩이나 지친 선수들이 흔들릴까봐 걱정된다.
-올 시즌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는데.
▶외부에서는 우리 전력을 어떻게 평가할 지 모르겠지만,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더구나 올해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나. 선수들이 많이 다치고 아팠다. 하지만 보강은 제대로 안됐다. 외부에는 '김 감독이 원해서 뽑았다'고 알려진 많은 선수들이 사실 내 뜻과 상관없이 팀에 합류했다.
그래도 구단에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이 선수들을 이끌고 잘해보려고 했을 뿐이다. 그러나 빠지는 선수가 너무 많았다. 시즌 후반에 공격수 몇 명으로 경기했는지 보라. 지난해 잘해줬던 이영재나 김지현 등만 있었어도 올해 좀 더 해볼 만 했을 것이다. 그런 선수들을 지켜내지 못한 게 아쉽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은 쉬는 것 외에 할 게 있을까. 어차피 12월부터 쉴 생각이었는데, 한 달 먼저 쉬게 됐다. 지금 당장은 속이 상한다기 보다 남겨진 선수들이 걱정될 뿐이다. 잘 해내겠지. 다만, 시즌 중에 엉뚱하게 하지도 않은 폭행 건으로 수모를 당한 건 화가 난다. 그래도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 팀 강등은 막아보려고 굳이 내지 않아도 될 벌금까지 내면서 참고 버텼는데… 이제는 그게 후회된다. 차라리 '그때 깨끗하게 던지고 나왔어야 했나'하는 생각도 들고. 많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