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을 아포짓으로 보내자니 라셈이 걸린다. 그렇다고 라셈을 기용하자니 결정력이 떨어진다. 서남원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IBK기업은행은 개막 5연패에 빠졌다. 아직 승점도 없다. 시즌 다섯 경기째 1-3패다. 힘없이 무너지진 않았지만 승리를 챙길 힘이 부족했다.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도 한 경기 덜 치른 상황에서 승과 승점 모두 없다. IBK기업은행이 세트 득실률(0.333)에서 근소하게 앞서면서 최하위는 면하고 있는 상황(페퍼저축은행 세트 득실률 0.167).
라인업은 화려하다. 국가대표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가 버티고 있지만 어딘가 모를 엇박자가 난다. 여기에 김희진은 대표팀에서와 달리 미들블로커로 기용되고 있다. 서남원 감독은 “미들블로커 기용을 군말 없이 받아들이더라. 중앙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했지만 그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외인 레베카 라셈(등록명 라셈)의 부진도 연패의 한 요인이다. 패배가 온전히 외인 몫이라 할 순 없지만 흐름을 끊어줘야 할 한방이 부족한 건 사실. 라셈은 공격 9위(성공률 32.48%), 득점 8위, 오픈 7위(성공률 30.60)로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하위다.
서남원 감독은 “훈련하면서 라셈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했지만 능력 최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서 감독은 “능력치가 어디까지라고 단정하기 애매하다. 잘할 때 모습을 보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데...”라고 했다.
섣불리 외인 교체를 단행하기도 어려운 상황. 영상만으로 판단해야 하기에 라셈보다 좋은 선수가 온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외인 교체에 대한 물음에 서 감독은 “교체 생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영상만으로 평가하다 보니 더 확실한 용병이 있을까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변화가 필요하다. IBK기업은행은 4일 KGC인삼공사전 3세트에서 미들블로커 김희진을 아포짓으로 돌렸다. 미들블로커 한자리는 최정민이 채웠다.
효과를 봤다. 김희진은 1~2세트 4점에 그쳤지만 3세트에만 5점을 올렸다. 국내 선수들의 움직임도 이전보다 활발해졌다. 4세트에는 홀로 7점을 올렸다. 팀 내 최다 16점으로 분전했지만 승리를 챙기진 못했다.
라셈을 기용하자니 결정력이 부족하다. 김희진을 아포짓으로 돌리자니 외인 만큼의 화력이 쭉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서남원 감독도 이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서 감독은 “(김희진의 아포짓 기용을) 고민해보겠다. 그렇다고 당장 라셈을 버릴 순 없다. 활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1라운드 마지막 상대는 페퍼저축은행이다. 연패 중인 상황은 같지만 분위기는 사뭇 상반된다. 서남원 감독도 이를 걱정했다. 서 감독은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젊음의 패기로 밀어붙이려 할 거고, 우리가 부담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조급해하지 말고, 우리 걸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다짐했다.
서남원 감독의 머릿속은 어떻게 정리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