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인천 유나이티드의 2021시즌은 절대 완벽하지 않았다. 2013년 이후 8년 만의 파이널 A 진출을 노렸으나 무산됐다. 결국 파이널 B로 떨어지며 다시금 '잔류 전쟁'을 벌여야한다는 생각에 잠시 몸을 떨기도 했다.
그런데도 인천 팬들이 웃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최근 4년간 치열한 강등 탈출 싸움을 벌여왔으나, 이번 시즌에는 파이널 라운드 시작 후 2경기 만에 잔류를 확정지었다. 시즌 중반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론이 스멀스멀 흘러나왔을 때 비하면 아쉬웠다. 그래도 팬들을 강등 위협에 떨지 않게 하겠다는 시즌 초기 목표를 달성했다.
이번 시즌 인천의 중심에는 아길라르가 있었다. 작년 여름 인천으로 임대 이적해 좋은 경기력을 보였고, 2021시즌 2년 계약을 맺으며 완전 이적했다. 아길라르는 맹활약하며 5골 6도움을 쏟아냈다. 팀 내 최다 공격 포인트다. 주포 무고사가 여러 이슈로 온전한 시즌을 소화하지 못한 가운데, 아길라르의 활약이 없었다면 인천의 결과는 사뭇 달라졌을 수도 있다.
아길라르는 2일 <베스트 일레븐>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번 시즌을 돌아봤다. "올 한 해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공격 포인트에서는 만족한다. 내년에는 더 많이 기록하겠다"라고 다짐을 남겼다.
2018년 인천에서 K리그에 데뷔한 아길라르는 이듬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두 시즌간 뛰었다. 결과적으로 제주 유니폼은 그에게 맞지 않았다.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중용 받으며 자신이 잘하는 플레이에 힘쓴다. "인천은 제2의 고향이자, 나의 집이다. 올 시즌은 아쉬운 경기가 많으나, 조기 잔류확정으로 팬들과 약속을 지켜 기쁘다."
그렇게 사랑하는 팀에 데려오고 싶은 선수가 있다. FC 안양의 조나탄 모야(등록명 조나탄)다. 조나탄은 이번 시즌 K리그2에 데뷔해 14골을 넣으며 연착륙했다. 아길라르는 "인천에 데려오고 싶은 선수로 꼽자면, 조나탄을 꼽고 싶다. 같은 국적인 코스타리카 선수다"라고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 두 선수는 코스타리카 국가대표팀에서 몇 차례 함께 발을 맞췄다.
아길라르가 경기력 외에도 소소한 주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경기 시작 전, 가루 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맥심을 왜 저렇게 먹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아길라르는 "다들 믹스 커피라고 착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비타민이었다. 경기 전후로 비타민을 늘 섭취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 7월에는 개인적 경사가 있었다. 아길라르가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당시 조성환 인천 감독은 "아길라르의 200경기, 300경기까지 함께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선수의 생각도 같았다. 아길라르는 "나도 그러고 싶다. 인천이라는 팀, 인천 팬과 감독님을 위해 200경기는 물론, 300경기까지 함께 하고 싶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당시 인천 구단에서는 무고사와 아길라르의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장을 기념해 머플러 머천다이즈(MD)를 출시했다. 아길라르가 그려진 스카프에는 'Mago Del Mediocampo(중원의 마술사)'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는 팬들이 붙여준 별명을 아길라르가 직접 고른 것이었다.
아길라르는 "'중원의 마술사'라는 별명이 마음에 든다. 이에 걸맞은 활약을 했는지는 팬들이 해주지 않을까 싶다. 2022년에는 더 좋은 모습의 중원의 마술사가 되겠다"라고 했다.
인천은 이번 시즌 김광석·강민수 등 베테랑이 합류하며 팀이 하나로 뭉쳤다. 조성환 감독이나 주장 김도혁 등은 베테랑들이 구심점으로 기능했기에 인천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입 모아 말했다.
외국인 선수인 아길라르의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선수, 외국인 선수를 떠나 모두 다 같은 느낌이었다. 많은 경험을 했던 선수들이기에 모두 다 귀 기울이고 소통하고 의지했다."
인천은 자본이나 팬 규모, 스쿼드 등 여러 요건이 좋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번 시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아길라르는 더 희망찬 내년을 그린다. "이상적 목표는 ACL 진출이다. 현실적 목표는 파이널 A 진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