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선수들이 공격에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2021.12.03 /OSEN DB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우리가 못했다기보다 현대가 잘하네요.”
이영택 KGC인삼공사 감독은 17일 현대건설전에서 셧아웃 패배를 당한 뒤 이렇게 말했다. 다른 말이 필요없었다. 이영택 감독은 “리시브와 수비 등 여러 면에서 (현대건설이) 완벽한 경기력이 나왔다. 1세트 초반 이소영의 공격이 두 번 연속 (이다현 블로킹에) 걸린 것은 타이밍이 나쁘지 않았는데 상대가 잘 막았다. 잘 때린 공도 상대 수비가 잘 받아서 올렸다. 우리 선수들이 못한 게 아니라 현대가 잘한 경기였다”고 치켜세웠다.
3세트 동안 범실이 4개밖에 되지 않을 만큼 현대건설의 경기력에는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외에 야스민(18점) 양효진(17점) 이다현(12점) 황민경(8점) 고예림(7점) 등 주축 선수들이 고르게 공격에 가담했다. 세터 김다인의 다양한 토스 배분과 리베로 김연견의 넓은 수비 범위도 빛났다.
이날까지 현대건설은 올 시즌 16경기 15승(1패)째를 거뒀다. 개막 12연승으로 시작한 현대건설은 지난 7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첫 패배(2-3)를 당했지만 이후 다시 3연승을 달렸다. 7번의 셧아웃 포함 승점 3점 경기만 14번이나 된다. 승점 45점으로 2위 GS칼텍스(11승5패·승점34)에 크게 앞섰다.
그야말로 독주 체제. 승률은 무려 9할3푼8리에 달한다. 지난 2005년 V-리그 출범 후 여자부에서 이렇게 압도적인 1위 팀은 없었다. 승률 기준으로 여자부 역대 최고 팀은 2007~2008시즌 흥국생명으로 당시 24승4패 승률 8할5푼7리를 기록한 바 있다.
현대건설 선수단이 승리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21.12.03 /OSEN DB
아직 시즌 반환점을 돌지 않았고, 현대건설에겐 20경기가 더 남아있다. 시즌은 길고, 변수는 많다. 하지만 지금 현대건설 기세라면 V-리그 여자부 최초로 승률 9할대 팀이 탄생할지도 모를 것 같다. 남은 20경기에서 18승 이상 해야 한다. 3번 지면 안 되는 기록이라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현대건설의 압도적 기세를 증명한다.
국내 선수 득점 1위로 속공과 블로킹 전체 1위에 올라있는 ‘연봉퀸’ 양효진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상대 감독들은 “알고도 당한다. 막기가 너무 힘들다”고 혀를 내두른다. 3년차 이다현도 풀타임 주전 첫 시즌을 맞아 눈에 띄는 성장세로 양효진과 리그 최강 센터진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중앙 공격을 약화시키기 위해선 강서브로 리시브를 흔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대건설의 황민경, 고예림, 김연견으로 이뤄진 리시브 라인이 물 샐 틈 없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황민경의 반등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현대건설 양효진이 강타를 날리고 있다. 2021.12.14 /OSEN DB
서브 1위, 공격 성공률 2위인 외국인 선수 야스민의 파괴력도 대단하지만 세터 김다인은 ‘몰빵’을 하지 않고 고르게 공격수들을 쓴다. 야스민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공백을 메운 베테랑 황연주, 공격이 안 풀릴 때마다 조커로 투입되는 정지윤까지 백업도 든든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여자부 데뷔 첫 시즌부터 일을 내고 있는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 부드러운 소통 리더십으로 지난 시즌 꼴찌였던 팀 분위기를 바꾼 강성형 감독은 “라운드마다 4승2패를 목표로 잡고 계획했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한다. 경기를 할수록 자신감과 끈끈함이 커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다현은 “이렇게 팀이 독주를 하게 될 줄 몰랐다. 지난 시즌 팀 성적이 안 좋다 보니 ‘플레이오프만 가도 본전’이라는 이야기를 언니들과 하곤 했다. 부담이 줄어서 이렇게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찬스가 넘어왔을 때 범실이 많이 없어졌고, 결정력이 생겼다. 한쪽이 안 된다고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 메워주는 힘도 생겼다”고 팀의 변화를 설명했다. 강성형 감독 리더십에 대해서도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하시려 한다.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의견도 물어봐주시고, 오픈 마인드이신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waw@osen.co.kr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미소짓고 있다. 2021.12.03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