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선 '계약금 잔치'가 반복되고 있다.
김현수(33)는 지난 17일 LG 트윈스에 잔류했다. 조건은 4+2년, 최대 115억원. 4년이 지난 뒤 구단과 선수 합의로 2년이 추가 적용되는데 첫 4년 계약 조건이 파격적이다. 총액 90억원 중 계약금이 50억원으로 연봉 총액(40억원)보다 더 많다. 야구계 안팎에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계약"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두산 베어스에 잔류한 김재환(33)도 비슷하다. 김현수와 같은 날 계약한 김재환은 4년, 총액 115억원 '대박'을 터트렸다. 인센티브 5억원을 제외한 110억원 중 계약금과 연봉 총액이 각각 55억원으로 1대1이다. 지난 14일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박건우(31)는 6년, 총액 100억원에 사인했다. 계약금 비중은 총액의 40%(40억원)였다. 한 야구 관계자는 "계약금이 상상을 초월한다. 연봉 총액도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루 이틀 나온 얘기가 아니다. 2015년 11월 NC 유니폼을 입은 박석민(36)은 FA 계약금(56억원)이 연봉 총액(30억원)의 2배에 육박했다. 2017년 11월 삼성 라이온즈와 4년, 총액 80억원 계약한 강민호(36)의 계약금은 40억원. 2018년 12월 NC와 계약한 양의지(34)는 총액 125억원 중 48%인 60억원이 계약금이었다. 고액 FA 계약에서 계약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FA 시장에선 전례를 찾기 힘들다. MLB에선 FA 계약금(사이닝 보너스)이 총액 대비 20%를 잘 넘지 않는다. 지난달 30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 총액 3억2500만 달러(3871억원)에 계약한 코리 시거의 계약금은 500만 달러(60억원)로 전체 금액의 1.5% 수준이었다. 2014년 1월 MLB 역사상 평균 연봉 3000만 달러 벽을 허문 클레이튼 커쇼는 당시 LA 다저스와 7년, 총액 2억1500만 달러(2561억원) 계약을 성사했다. 계약금은 1800만 달러(214억원)로 8.4%에 불과했다.
프로야구 A 구단 단장은 "많은 계약금은 선수들이 원한다. 계약금은 보통 2회 분할 지급되는데 선수로선 목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한때 (리그에서) 계약금을 30~35% 수준으로 맞추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높은 계약금은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선수를 꼭 잡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현실적인 얘길 했다. B 구단 단장은 "대리인이 계약이 관여하다 보니 계산을 많이 하는 모양새다. 여기저기 찔러보면서 '여기는 얼마 주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본다. 선수 입장에서는 대리인이 거래를 잘하는 거라고 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구단 예산처리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통 FA 계약은 그해 구단의 특별 예산으로 지출한다. 매해 지급해야 하는 연봉보다 계약금은 처리가 수월할 수 있다. C 구단 단장은 "4년 내내 특별 예산을 받지 않는다"며 "계약금은 그해 특별 예산을 통해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 (2회 분할이 아닌) 한 번에 계약금을 주는 구단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시장 상황은 문제가 많다. 계약금 비중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