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는 달랐다. 설기현 경남 FC 감독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개막전을 찾은 도민과 팬은 한숨만 내쉰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경남 FC는 20일 밀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1라운드 서울 이랜드FC와의 홈 개막전에서 0-1으로 패배했다.
홈 개막전이지만 경남은 이랜드를 상대로 계속 밀리며 어려움을 겪었다. 볼 점유율은 높았으나 슈팅이나 유효 슈팅 모두 밀리며 1라운드부터 패배를 기록했다.
경기 흐름의 승부처는 후반 28분에 나왔다. 0-0이던 후반 28분 설기현 감독이 공을 주으러 벤치 쪽으로 뛰어가던 채광훈을 쳐다보고 보디체크하듯이 막아선 것. 주심은 설기현 감독에게 다이렉트 퇴장 지시했다.
경기 중 감독이 다른 팀 선수에게 물리적 접촉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드물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 감독 부재로 인한 나비효과까지 더해졌다.
설 감독이 퇴장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간 후반 32분 이랜드는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채광훈이 올린 것을 김정환이 크로스로 연결해 까데나시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이랜드는 이 골을 끝까지 지키며 1-0 신승을 거뒀다.
경기 후 팬들 사이에서는 승패나 경기력을 떠나서 설 감독이 경기장서 보여준 돌발 행동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말 그대로 경남 도민 팬들을 넘어 축구 팬 전체를 실망시킨 것.
설기현 감독은 돌발 행동 직전까지 심판에게 판정에 대해 항의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설 감독의 돌발 행동은 해석에 따라서는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특히 선수를 보고 나온 돌발 행동이었기에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들의 모범이 돼야 하는 감독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이랜드 관계자는 경기 후 OSEN과 전화 통화에서 "선수가 해당 장면에서 굉장히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선수 본인에게 다시 물어보니 설 감독의 행동에 악의가 없었을 것이라고 그를 감쌌다"라고 전했다.
반면 설 감독의 대처는 너무나 아쉬웠다. 그는 경기 후 경기 후 공식 기자 회견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상대 선수가 친숙해서 무의식적으로 그랬다. 의도는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설 감독은 상대 선수에게 축구계 선배이자 지도자다. 애당초 그런 돌발 행동을 저질러서도 안 됐지만, 이미 한 상황에서는 변명보다는 봉변을 겪은 선수에 대한 위로가 우선이었다.
누구나 경기장에서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수를 저지르고 나서 사과 대신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논란만 부추길 뿐이다.
거기다 설 감독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부임 이후 2년 동안 아쉬운 성적에도 지난 겨울 설 감독은 재계약에 성공했다.
도 의회서 2년 동안의 성적 부진에 대한 질타가 나온 상황에서 나온 다소 의아한 경남의 선택이었다. 이미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다시 기회를 얻은 설 감독 본인도 "도민과 팬들에게 결과로 증명한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설 감독이 경남 도민들과 한 약속은 지난 2시즌 동안에 이어 적어도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여기에 돌발 행동으로 시즌 초반부터 감독 없이 경기에 나서는 위기에 놓이게 됐다. 선수와 마찬가지로 감독의 다이렉트 퇴장 최소 2경기 추가 출장 정지이다. 논의에 따라 추가 징계가 결정될 수도 있다.
이날 밀양을 찾은 경남 팬들은 개막전 패배에 더해 설 감독의 돌발 행동과 아쉬운 변명만 들은 채 쓸쓸하게 경기장을 떠나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