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 15억-고예림 8억, 현대건설 FA 다 잡았다

360 0 0 2022-04-07 12:59: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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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6일 내부 FA 4명과 재계약 마친 현대건설, 양효진은 총액 기준 6억 삭감

현대건설이 FA협상 마지막 날 4명의 내부 FA를 모두 붙잡는 데 성공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구단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팀의 간판스타인 센터 양효진과 계약기간 3년, 총액 15억 원(연봉 3억 5천, 옵션 1억 5천)의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효진은 계약 후 "2년 전과 지난 시즌 두 번이나 우승컵을 들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컸다"며 "데뷔 때부터 뛰어 왔던 현대건설에서 은퇴 전에 꼭 우승컵을 들고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현대건설은 양효진 외에도 윙스파이커 고예림과 3년 총액 8억1600만 원(연봉 2억2천, 옵션 5200), 세터 이나연과 3년 총액 4억9500만 원(연봉 1억+옵션 6500), 리베로 김주하와 2년 총액 1억7000만 원(연봉 7천, 옵션 1500)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2021-2022 시즌 15연승과 정규리그 1위를 달성한 멤버들을 주축으로 2022-2023 시즌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팀을 위해 연봉 삭감 선택한 양효진
 

  지난 2년 연속 7억 원의 연봉을 받았던 양효진은 이번에 연 평균 5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했다.
ⓒ 한국배구연맹

 
양효진은 '9년 연속 연봉퀸'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현대건설을 상징하는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프로생활의 상당기간을 해외에서 보낸 V리그에서 양효진은 V리그 여자부를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양효진은 소속팀 현대건설에 대한 애정이 매우 큰 선수로 2007년 프로 데뷔 후 3번이나 FA자격을 얻었음에도 한 번의 이적 없이 15시즌 동안 현대건설에서만 활약했다.

2019-2020 시즌 다소 늦은 감이 있는 프로 데뷔 첫 MVP에 선정된 양효진은 2020-2021 시즌 블로킹 5위를 기록하며 11시즌 연속으로 지키던 블로킹 여왕 자리에서 내려왔다. 혹자는 센터포지션임에도 20대 초·중반부터 현대건설의 주공격수 역할을 도맡아오던 양효진에게 조금 이른 에이징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저하)가 찾아온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섣부른 판단이었음이 다음 시즌에 곧바로 증명됐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주역으로 활약하며 휴식시간이 더욱 부족했던 양효진은 2021-2022 시즌 현대건설이 치른 31경기에 모두 출전해 52.48%의 공격성공률로 502득점을 기록했다. 세트당 0.74개의 블로킹으로 한 시즌 만에 블로킹 여왕 자리를 되찾았음은 물론이다. 양효진은 만32세 시즌에 데뷔 후 두 번째로 많은 득점과 두 번째로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양뽕'의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양효진을 거느린 현대건설에게 큰 고민이 생겼다. 이미 2021-2022 시즌에도 연봉상한선(23억 원)을 거의 다 채웠던 현대건설에서 4명이나 FA자격을 얻은 것이다. 게다가 현대건설에는 정지윤과 이다현, 김다인 세터 등 연봉 인상요인이 큰 젊은 선수들도 즐비하다. 두 시즌 연속 7억 원의 연봉을 받고 4번째 FA가 된 양효진에게 앞선 두 시즌처럼 많은 연봉을 제시하기 힘들어진 이유다.

결국 양효진은 2021-2022 시즌 MVP급 활약을 펼치고도 지난 시즌보다 총액 기준 6억 원이 적은 3년 15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2020-2021 시즌 김연경이 했던 것과 비슷한 '홈디스카운트'다. 그만큼 양효진이 15년 동안 소속된 현대건설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연봉까지 깎아가며 팀에 잔류한 양효진과 양효진을 붙잡은 현대건설은 허울 좋은 정규리그 1위 수식어가 아닌 진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FA 13명 중 이적은 단 1명, 집 떠나면 고생?
 
  FA협상기간 내내 많은 이적 루머가 돌았던 고예림은 끝내 현대건설 잔류를 선택했다.
ⓒ 한국배구연맹

 
물론 연봉문제로 고민이 있긴 했지만 팀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른 양효진이 현대건설에 잔류할 것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FA시장에서 배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고예림의 이적 여부였다. 2019년 현대건설로 이적해 2019-2020시즌 239득점,2020-2021 시즌 286득점을 기록한 고예림은 2021-2022시즌 공격력이 주춤하면서 183득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수를 겸비한 매력적인 FA 고예림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고예림 역시 FA협상기간 동안 흥국생명의 상징인 핑크색 인형과 핑크색 캐릭터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SNS에 업데이트하면서 배구 팬들을 큰 혼란에 빠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고예림은 FA 협상 마지막 날 현대건설과 재계약하며 이적이 아닌 잔류를 선택했다.

물론 현대건설에는 이번 시즌에 주로 교체선수로 활약하고도 43.68%의 공격성공률로 고예림보다 많은 237득점을 기록한 정지윤이 있다. 하지만 정지윤의 리시브효율은 26.41%로 35.81%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한 고예림과는 제법 차이가 난다. 정지윤이 차세대 국가대표 주포가 될 재목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고예림의 안정감을 포기하고 풀타임 주전 자리를 맡기기엔 불안요소가 적지 않다.

이나연 세터는 2021-2022 시즌 김다인 세터에 밀려 현대건설에서 11.19%의 세트 점유율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이나연 세터와의 계약을 포기하면 현대건설의 백업세터는 2019년 2라운드 5순위로 입단해 아직 프로 무대에서 단 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김현지 세터 밖에 남지 않는다. 웜업존에 경험 많은 이나연 세터의 유무는 김다인 세터의 심리적 안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다양한 포지션에서 13명의 선수가 자격을 얻었던 이번 FA시장에서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로 이적한 이고은 세터를 제외한 12명의 선수가 원소속팀 잔류를 선택했다. 연봉 총액이 23억 원이 되면서 각 구단이 어지간한 팀 내FA선수들은 좋은 조건에 붙잡을 수 있게 됐고 선수들도 부담스런 이적을 선택하기 보다는 익숙한 팀에 남으려는 추세가 점점 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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