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때아닌 연고지 이전설에 휩싸였다. 지난달 29일 허구연 KBO 신임 총재가 취임식에서 대전의 신축 야구장을 둘러산 논란에 “지자체에서 구단에 갑질하며 소중함을 모른다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가. 떠나봐야 소중함을 안다”고 말하며 연고지 이전을 시사한 게 발단이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시의 새 야구장 조성 사업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라 지체될 기미가 보이자 허 총재가 엄포성 발언을 한 것이다. 대전 지역 민심도 들썩였다. 정치적 논리에 갇혀 야구장 신축이 지체되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한화가 정말 대전을 떠날까봐 걱정하는 지역 팬들도 있었다. 한화의 의지와 관계없이 불똥이 구단으로 튀었다. 연고지 이전에 대한 팬들의 문의가 구단에 빗발쳤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되자 구단에서도 섣불리 공식 입장을 밝히지 못한 채 냉가슴을 앓았다. 난감한 처지였다.
연고지 이전의 주체는 KBO가 아니라 구단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화는 대전을 떠날 생각이 추호도 없다.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은 허구연 총재, 허태정 대전시장과 만난 박찬혁 한화 구단 대표이사가 이 같은 뜻을 밝혔다. 박 대표는 “구단에선 연고지 이전을 할 생각이 절대 없다. 대전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대전에서 구단을 운영할 것이라는 뜻은 불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1986년 창단 때부터 연고로 삼아 37년째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있는 대전을 떠날 수 없다.
허 시장은 “야구에 대한 대전시민의 사랑은 어느 지역보다 뜨겁고 견고하다. 그동안 한화가 잘할 때도, 못할 때도 성적과 상관없이 꿋꿋하게 응원했다. 그게 충청도의 마음이다. 그 염원을 담아 새 야구장 건립을 추진 중이고, 2025년 개막전에 맞춰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며 “한화 대표님도 더 이상 연고지 이전 관련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허구연 총재님도 연고지 이전에 의도를 갖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다. 건립 과정에서 정치적 문제로 지체되어선 안 된다는 뜻을 표현하신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구단에선 연고지 이전을 이야기한 바 없다”며 “새 야구장 조감도가 발표된 후에는 대전시와 구단의 아이덴티티, 선수·팬·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개선안 46개 중 41개가 실시설계가 반영될 예정이다. 이 부분은 대선시와 설계 설명회를 갖고 시민과 팬들에게 알릴 것이다”고 설명했다.이어 “더 좋은 구장을 만들기 위해 구단의 요청안을 반영해주신 대전시에 감사하고, 그동안 신구장 건립을 위해 힘써주신 허구연 총재님께도 감사드린다”며 “대전의 상징과 색깔을 입히는 야구장이 됐으면 좋겠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비대칭 등 특색 있고 완성도 높은 구장을 지었으면 한다”는 요청 사항도 밝혔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허 시장의 공약이었던 대전 새 야구장 베이스볼드림파크 조성 사업은 총 사업비 1579억원(국비 200억원, 시비 949억원, 한화 430억원)을 들여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옆 한밭종합운동장 부지에 새 야구장을 짓기로 했다. 해설위원 시절부터 광주, 대구, 창원 등 여러 지자체와 야구장 건립을 위해 힘썼던 허 총재도 대전 새 야구장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기초 단계부터 관여해왔다.
지난 2019년 3월 시민 공론화를 통해 건립 부지를 확정했고, 중앙투자심사 등 각종 행정 절차를 걸쳐 올해 1월 건설사업자를 선정했다. 허 시장은 “선거가 다가와 정치적 사안으로 확대되다 보니 시민들과 팬들의 우려가 많은데 이미 확정된 사업이다. 착공 시기도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늦어진 게 아니다. 기본 설계도 다 나왔고, 행정적으로 누가 반대한다고 해서 되돌릴 시점은 지났다”고 강조했다.
현재 새 야구장 부지인 한밭종합운동장은 우선시공분 공사로 일부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오는 8월말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한 뒤 공사에 들어가 2024년 12월 완공, 2025년 3월 개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