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야수 구자욱(29)이 지난 주말 키움전에서 9회 홈 슬라이딩 순간 손을 뺐던 이유를 밝혔다.
지난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키움의 맞대결. 5-5로 맞선 9회초, 키움이 한 점을 뽑으며 6-5 리드를 잡았다. 이제 삼성의 9회말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이재현과 후속 김상수 모두 내야 땅볼로 힘없이 물러났다. 2아웃. 키움의 승리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하나. 다음 타자는 1번 구자욱.
구자욱은 키움 클로저 김태훈을 상대로 2구째 좌전 안타를 치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계속해서 2번 강한울이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는 스트라이크. 2구째는 볼. 그리고 3구째. 김태훈의 포크볼(132km/h)을 강한울이 제대로 받아치며 우중간 외야로 큰 타구를 날렸다. 이와 동시에 구자욱도 홈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키움 '강견' 우익수 푸이그가 펜스에 맞고 튀어나오는 공을 잡는 순간, 구자욱은 3루를 돌기 직전이었다. 곧장 키움의 중계 플레이가 기민하게 이어졌다. 푸이그의 송구를 받은 김혜성이 글러브에서 곧장 공을 빼며 홈을 향해 뿌렸다. 계속 홈으로 질주하는 구자욱. 이후 홈에서 대접전이 벌어졌고, 슬라이딩을 시도한 구자욱을 향해 키움 포수 이지영이 태그를 시도했다. 결과는 태그 아웃. 키움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순간이었다.
이후 삼성 벤치에서 마지막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그런데 느린 화면 결과, 구자욱이 홈 플레이트를 터치하기 직전, 이지영의 글러브가 가로막자 구자욱이 뻗었던 왼손을 빼는 모습이 보였다. 만약 왼손을 빼지 않고 그냥 밀고 나갔더라면 세이프가 될 수도 있어 보였다. 어찌 보면 미스터리한 장면에 팬들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구자욱이 12일 대구 한화전을 앞두고 그날의 진실을 밝혔다.
최근 컨디션 난조로 지난 9일 처음 출장한 그는 "최고의 결과를 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저는 빠르게 달렸다고 생각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아마 쉬다 나와서…. 제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슬라이딩 순간에 대해 "제가 슬라이딩을 하기 전에 포수가 먼저 슬라이딩을 치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는 포수가 공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홈 플레이트를 눈앞에 두고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 홈 플레이트 끝 부분으로 파고 들어가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그런데 포수 미트가 뻗어오는 모습을 보고, 찰나에 태그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태그를 피하는 것은) 야구 선수의 본능이다. 아마 그런 것때문에 정면으로 파고들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진실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