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LG는 전통적으로 홈런과 친숙한 팀은 아니다. 전신인 MBC 청룡 시절을 포함해 단 한번도 홈런왕을 배출한 역사가 없다. 구단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은 2020년 로베르토 라모스의 38홈런이 1위에 올라 있다. 라모스 다음으로는 1999년 이병규가 터뜨린 30홈런이 가장 많은 기록이다. LG 토종 선수가 기록한 처음이자 마지막 30홈런 기록인 것이다. 이후 2010년 조인성이 홈런 28개로 아깝게 30홈런을 채우지 못했다.
과연 올해는 어떨까. LG가 20세기였던 1999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토종 30홈런 타자가 탄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LG가 새로운 거포를 수혈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30홈런 거포를 획득할 기회를 마련한 것일까. 다름 아닌 '타격 기계' 김현수의 장타력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7일 창원 NC전에서 5회초 드류 루친스키의 147km 직구를 때려 좌중월 3점홈런을 폭발했다. 김현수의 시즌 7호 홈런. LG가 4-1로 도망가는 홈런으로 이날 경기의 결승타로 기록됐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 전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호투 행진을 펼치던 루친스키를 상대로 결정적인 홈런을 때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LG는 김현수의 홈런 덕분에 6-3 승리를 거뒀고 주말 3연전 위닝시리즈를 확보하면서 팀 분위기도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그만큼 '한방'의 위력이 크다는 뜻이다.
김현수는 올해 팀의 31경기에 모두 나와 홈런 7개를 터뜨리며 그 어느 때보다 순조로운 장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해 홈런 17개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장타력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현재 한동희(롯데)와 함께 홈런 부문 공동 2위에 랭크돼 있다. 144경기로 따지면 33홈런을 칠 수 있는 페이스라 LG도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김현수가 예년과 다르게 장타력이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류지현 LG 감독은 "(김)현수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굉장히 무겁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부분이 배트 스피드를 내는데 있어서 영향이 있어 보였다. 현장에서 봤을 때 젊었을 때 샤프하게 돌아갈 때보다 배트 스피드가 무뎌진 느낌이 있었다"라면서 "그런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방법을 바꿨다고 하더라. 지금은 중량보다 순발력과 민첩성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런 부분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김현수에게 4+2년 총액 115억원에 FA 재계약을 맺었다. 김현수를 처음 영입할 때에도 4년 115억원에 계약했던 LG는 '115억 재투자'를 감행하면서 김현수와 영원히 함께하기로 했다. LG의 결단은 김현수의 '거포 모드'로 벌써 결실을 맺는 듯 하다. 과연 김현수가 LG에 30홈런이라는 대박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