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승택을 좀 더 원하죠."
KIA는 김상훈 배터리코치가 2014년을 끝으로 은퇴한 뒤 확실한 주전포수를 만들지 못했다. SK에서 김민식을 2017시즌 초반 수혈했다. 통합우승까지 일궈냈다. 그러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김민식의 성장이 의외로 더뎠다. 한승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최근 2~3년간 번갈아 주전으로 출전해왔다. 냉정히 볼 때 둘 다 주전급 임팩트를 뽐내지 못했다.
결국 장정석 단장은 2022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박동원을 영입 1순위로 놓고 키움과 트레이드 협상을 벌여왔다. 그리고 개막 후 한 달만에 박동원을 데려왔다. 박동원은 KIA의 확고한 주전 포수다. 김종국 감독은 박동원 입단 직후 한승택을 2군에 내리고 김민식을 백업으로 활용했다. 애당초 올 시즌 출발을 주전 김민식-백업 한승택으로 했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9일 SSG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타이거즈 안방의 미래 가치 및 서열이 확실하게 정리됐다. 지난 2주간 1군에서 박동원의 백업포수는 김민식이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김민식보다 한승택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 게 드러났다.
SSG와의 트레이드 협상에서 한승택을 적극 보호했기 때문이다. SSG 류선규 단장은 "우리가 고를 처지는 아니었다"라고 했다. 이 트레이드 자체가 SSG가 강하게 원해서 성사됐기 때문이다. 다만, 기왕이면 1989년생 김민식보다 5살 어린 1994년생 한승택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 장정석 단장은 "김민식과 한승택 모두 훌륭한 포수다. 사실 트레이드 협상을 할 때 상대 팀들은 한승택을 원한다. 김민식보다 젊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비력에서도 한승택이 좀 더 높게 평가 받는다"라고 했다.김민식과 한승택이 그동안 확고한 주전포수가 되지 못한 건 빈약한 타격 탓이다. 여기선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그런데 블로킹 등 수비에선 한승택이 낫다는 평가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한승택의 2021시즌 WAA(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는 0.667로 5위였다.
물론 김민식은 도루저지능력이 좋다. 올 시즌 도루저지율이 극악인 SSG가 김민식을 데려간 결정적 이유다. 한승택의 올 시즌 도루저지율도 25%로 36.4%의 김민식보다 뒤지긴 하지만, 아주 나쁜 건 아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이가 5살 어리다. KIA가 한승택을 보호하는 건 당연했다.
확고한 서열 없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그림도 좋다. 그러나 포수는 특수한 포지션이다. 경험과 임기응변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KIA의 경우 시너지보단 '어정쩡'에 가까웠다. 이제 박동원-한승택으로 안방을 확실하게 정비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챙겼다.
한승택 뒤로는 1998년생 신범수, 2001년생 김선우, 2002년생 권혁경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너무 경험이 부족해 당장 1군에서 쓰긴 어렵다. 결국 향후 3~5년간 한승택의 역할도 중요하다. 박동원이 전성기를 지나면 주전 1순위다. 그리고 20대 초반 포수들이 성장할 시간도 벌어줘야 한다.
KIA가 한승택의 미래 가치를 높게 봤지만, 김민식에 대한 배려와 존중도 있었다. 장 단장은 "박동원과 김민식의 나이가 비슷하지 않나(김민식이 1살 많다). 비슷한 연배라는 부담이 컸다. 나이를 먹다 보면 은퇴시기도 다가오고 그러는데"라고 했다. 어차피 20홈런이 가능한 포수 박동원이 주전인 상황서, 당장 야구인생의 승부를 봐야 할 김민식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