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1회말 2사 1루 KIA 황대인이 투런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6.09/[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타점왕 레이스 펼치는 황대인, 실화인가.
이 정도면 지금 펼쳐지는 일이 현실인지, 볼을 꼬집어봐야 할 듯 하다. KIA 타이거즈의 '미래 프랜차이즈 스타' 황대인 얘기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믿음 속에 한 선수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황대인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KIA의 새 4번타자다.
황대인은 17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멀티히트에 볼넷까지 3출루 경기를 했다. 그리고 타점을 추가했다. 8회 1타점 2루타를 치며 5대3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주목할만한 건 황대인의 시즌 타점. 50타점 고지를 정복했다. LG 트윈스 김현수가 연장 스리런 홈런 포함, 4타점 경기를 하며 52타점이 돼 이 부문 1위에 올라섰는데 김현수가 홈런을 치기 전까지 황대인이 잠시나마 타점 선두에 올랐었다. 황대인은 KT 위즈 박병호와 함께 50타점으로 이 부문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황대인은 4월 개막 후 극도의 부진으로 다시 한 번 팬들을 한숨쉬게 만들었다. 황대인은 2015년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최고의 유망주였다. 경기고 시절 초고교급 거포로 이름을 알렸고, KIA의 새로운 중심타자가 되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만년 유망주에만 머물렀다. 힘은 좋지만 타석에서 변화구 공략에 애를 먹었고, 가장 큰 약점은 수비였다. 3루 포지션 수비가 불안하니, 한 자리에 박아놓고 기회를 주기 힘들었다. 방망이를 기가 막히게 친다면 지명타자로 활용할 수 있었겠지만, 그게 아니니 기회를 받다가도 사라지는 게 반복됐다. '언젠가는 터지겠지'하며 지켜보던 구단 관계자들, 팬들 모두 그에 대한 기대감을 접는 듯 했다. 비슷한 캐릭터의 팀 선배 김주형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했다.
하지만 지난해 86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았다. 윌리엄스 감독의 선입견을 깬 선수 기용으로 황대인은 자신감을 찾았다. 타율은 2할3푼8리로 낮았지만, 13홈런 45타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았다. 큰 타구, 타점 생산으로 상대에 위압감을 주는 타자가 되는 것이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4월 부진하다고 해도 타점은 13개를 기록했다. 5월 대폭발했다. 5월 1달 타율이 3할1푼2리, 7홈런에 타점은 무려 31개였다. 5월 타점왕이다. 5월6일 한화전에서는 6타점 경기를 했다. 6월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다고 하지만, 타점은 꾸준히 쌓아올리고 있다. 결정적 승부처에서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만약 황대인이 타점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2009년 김상현 이후 13년 만에 타이거즈에서 타점왕 수상자가 나올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종국 감독이 믿고 황대인을 붙박이 4번으로 기용중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감이 차오를 수밖에 없다. 한 타석 못쳐도, 다음 타석에 치면 된다는 심리적 안정이 좋은 성적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나성범, 뒤에는 소크라테스가 있다. 투수들이 두 타자를 쉽게 거르고 지나갈 수 없다. 황대인과 승부를 해야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노림수만 잘 갖는다면, 힘 좋은 황대인이 장타를 생산해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나. 5월 소크라테스가 살아나자 황대인도 동반 상승한 케이스다.
황대인은 아직 겸손하다. 그는 "5월 성적은 팀 성적이 좋으니, 나도 운 좋게 따라간 것 같다"고 말하면서 "기술적으로는 나만의 존을 설정해놓고, 그 안에 공이 들어오면 어떻게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자는 생각으로 연습했다"고 밝혔다.
황대인은 이어 "4번타자로 계속 출전하고 있지만, 나는 그저 4번째로 나가는 타자라고 생각하나. 타선에 좋은 타자들이 워낙 많다. 앞에서 찬스를 만들어주면, 나는 그 찬스를 잇겠다는 생각을 하며 매 타석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