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투수 이채호.‘마법사 군단’으로 불리는 프로야구 KT에 어울리는 별명이 하나 더 생길 듯하다. 트레이드를 할 때마다 성공하는 ‘트레이드의 마법사’다.
‘디펜딩 챔피언’ KT는 트레이드를 통해 웬만한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못지않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SSG에 왼손 투수 정성곤(26)을 내주고 데려온 사이드암 투수 이채호(24)는 KT에 온 후 완전 다른 선수가 됐다. 이채호는 지난해 승리나 홀드 하나 없이 평균자책점 7.20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는 8경기 만에 2승 1홀드를 챙겼고 그 사이 실점을 한 번도 하지 않아 평균자책점은 제로(0)다.
KT는 SSG 퓨처스리그(2군) 코치였던 제춘모 투수 코치 추천으로 이채호의 잠재력을 확인했고, 트레이드 직후에는 잠수함 투수로 명성을 날린 이강철 감독이 직접 불펜에서 시범 동작을 보여주면서 열성적으로 가르쳤다. 언더핸드 투수 고영표(31·KT)도 이를 거들었다. 이채호는 두 잠수함 선배에게 체인지업도 빠르게 익혀 결정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군필 선수라는 것도 이채호가 매력적인 이유다.
KT 내야수 장준원.아직 15경기밖에 뛰지 않았지만 내야수 장준원(27)도 기대를 모은다. LG에 내년 5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내주고 데려온 장준원은 데뷔 첫 해인 2015년부터 5년간 105타수 19안타로 타율 0.181에 그쳤던 타자다. 하지만 이번 시즌 KT에 온 뒤 15경기에 출전해 홈런 1개 포함 7안타로 3할에 가까운 타율(0.280)로 KT 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KT는 통합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에도 이미 트레이드로 재미를 봤다. 2020년 롯데에서 평균자책점 8.01에 그쳤던 박시영(32)은 지난해 KT에서는 3승 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2.40으로 맹활약했다. 올해 박시영이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KT는 ‘필승조가 지난해만 못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박시영뿐만이 아니다. 롯데에서 온 포수 김준태(28)도 장성우의 백업 포수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40경기에서 타율 0.276을 기록하면서 공격에서도 자기 몫을 다하고 있다. 또 2루수 박경수(38)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트레이드해 온 오윤석(30)은 아예 이번 시즌 주전 자리까지 꿰찼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롯데는 KT와의 트레이드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대가 다른 팀이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 트레이드로 영입한 7명의 선수 중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가 0을 넘긴 선수는 지시완(28)과 추재현(23) 둘 뿐이다. 나머지 5명의 선수는 팀에 도움 대신 폐를 끼쳤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