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위와 8~9경기 차이까지 벌어지며 2위를 확정짓는 게 급선무였던 LG지만, 이제는 선두 SSG의 등번호가 보이기 시작했다. SSG의 최근 부진에 LG도 1위를 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완벽한 투‧타 밸런스로 1위 탈환 출정식을 마치고 이제 서울로 올라간다.
LG는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14-1로 크게 이기고 7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에이스급 투수들인 아담 플럿코(LG)와 찰리 반즈(롯데)가 맞부딪힌 경기였는데 최근 기세가 워낙 좋은 LG의 힘이 그대로 드러난 한 판이었다. 마운드는 철벽이었고, 타선은 어떻게 점수를 뽑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선발투수에게는 1회가 가장 어렵다. 반즈가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고 해도 1회의 어려움을 항상 비껴나가는 투수는 아니다. 시작부터 LG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박해민의 3루타, 가르시아의 볼넷으로 만든 기회에서 해결사도 나타났다. 김현수가 2타점 2루타를 치며 팀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1회 점수가 전날 비로 잠시 멈췄던 LG라는 기계를 다시 돌아가게 했다.
4회에는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했고, 6회에는 총 9득점을 하며 롯데 마운드를 초토화시키고 백기를 받아냈다. 상대 실책이 끼어 있기는 했지만 볼넷과 안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루상에 출루하고, 그 출루한 주자를 불러들이는 집중력은 가히 대단했다. 경기 후반에는 평소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까지 투입하는 여유를 보이면서 대승을 완성했다.
투타 밸런스가 최근 완벽한 LG다. 마운드가 매 경기 승리의 발판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은 반드시 버텨주고 있고, 타격은 잘 풀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승부처에서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매일 등장하는 히어로도 다르다. 선수층의 힘이다. 실제 LG는 4일 경기에서도 서로 다른 8명의 선수가 타점을 기록하는 등 짜임새를 과시했다.
최근 7연승 기간 동안 상대 에이스나 외국인 투수들을 적잖이 만나고도 모두 이겼다는 점은 승부를 내는 힘을 보여준다. LG는 7연승 기간 놀린(KIA), 안우진 요키시(이상 키움), 루친스키(NC), 엄상백 소형준(이상 kt), 그리고 반즈를 만났다. 하지만 마운드가 워낙 좋았다. 7경기 평균자책점은 1.00에 불과했다. 타선도 꼭 필요한 득점을 중요한 순간에 뽑아내며 에이스 도장 깨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제 1위 SSG와 격차는 4경기다. 물론 쉽게 뒤집을 수 있는 격차는 아니다. 여기에 SSG는 LG보다 무승부가 두 번 더 많다. 이는 시즌 막판 경기차 계산에서 SSG에 반 경기 이득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SSG와 맞대결이 3경기나 남아있고, LG는 4경기를 덜했다. 자력으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았다. 14-1 대승은 1위 탈환을 향한 화려한 출정식이었다. LG가 기적 같은 레이스를 벌일 수 있을지, 이틀의 연휴를 부여받은 SSG가 차분한 재정비로 LG의 진격을 막아낼지 리그 전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