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석(덕수고)이 끝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한 이후, 2023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는 서울고 우완 김서현으로 굳어지는 양상이었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화가 김서현을 지명할 것은 확실시됐다. 관심은 그 다음 순번이었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지명 전 "다른 투수들도 뛰어나기는 하지만, 김서현과 나머지 선수들의 간극은 크다. 장점들이 서로 다르다. 구단들이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많이 갈릴 수 있는 드래프트"라고 평가했다. 실제 2순위 지명권을 가진 KIA도 쉬운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KIA의 선택에 따라 그 다음 1라운드 지명의 향방이 갈릴 수 있었다.
KIA의 선택은 충암고 좌완 윤영철이었다. 구속이 아주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정상급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을 가졌다는 호평이 자자했다. 한때 "KIA에 좌완이 많다. 또 다른 좌완을 뽑을까?"라는 시선도 있었으나 KIA는 일단 포지션이나 던지는 손에 관계없이 가장 좋은 선수를 뽑는 쪽을 택했다. 좌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KIA의 선택을 가장 궁금해 한 팀은 3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였다. KIA의 지명 동향을 막판까지 면밀히 살폈다는 후문이다. KIA가 윤영철 쪽으로 기울자 이번에는 롯데의 선택이 관심을 모았다. 한 스카우트는 "윤영철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다만 롯데가 야수를 뽑을지, 투수를 뽑을지, 그렇다면 어떤 선수를 선택할지 막판까지 관심을 모았던 게 사실"이라고 떠올렸다.
한 구단 단장은 "이번 드래프트는 전형적인 투수 시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야수 풀이 좁았기에 야수 보강이 필요한 팀들은 조금 더 과감하게 지명권을 쓸 필요가 있었다. 롯데는 결국 휘문고 내야수 김민석을 선택했다. 이 선택의 평가는 조금 엇갈린다. "롯데가 자신들의 방향대로 소신껏 선수를 선택했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이미 많은 내야 자원을 외야로 보낸 경력이 있는 롯데가 다시 수비가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뽑았다"는 시선도 공존한다.
지명 며칠 전 롯데가 김민석으로 기울었다는 소문이 돌자 그 다음 순번 팀들도 바빠졌다. NC는 우완 신영우(경남고)를 낙점했고, 그 다음인 SSG는 우완 이로운(대구고)의 지명을 일찌감치 결정했다.
김서현급의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신영우와 이로운 또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드웨어도 좋은 편이다. 프로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실제 두 선수의 빠른 공은 김서현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 중에서는 단연 톱클래스였다는 게 지명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2022년 목동구장 기준)에 따르면 신영우의 올해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시속 146.7㎞에 이르렀다. 평균구속은 지명을 받은 선수 중에서는 김서현 다음이었다. 분당 회전수(RPM) 또한 약 2348회로 평균을 훌쩍 상회했다.
한 데이터 분석가는 "KBO리그 1군 투수 중에서도 이 구속과 회전수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선수가 사실 많지는 않다"고 했다. 트랙맨 데이터는 1군 선수 측정과 동일한 장비가 사용되기에 더 큰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제구 이슈가 있지만 이만한 그릇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는 데 스카우트들의 의견이 같이 한다.
이로운 또한 평균 145.2㎞, 최고 151㎞를 기록했다. 역시 고교 최정상급이었다. 분당 회전수는 2177회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SSG는 이런 데이터들이 더 향상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귀한 구위형 투수다. 몸쪽 승부도 할 수 있는 배짱, 제구력도 갖추고 있다. 선발 자원으로 키운다는 게 SSG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