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그런 행동을 보이지 말았으면 한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대행이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33)의 잘못된 행동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뷰캐넌은 29일 대구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해 8⅔이닝 114구 7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기력으로 이긴 날, 사령탑은 왜 에이스의 행동을 문제 삼았을까. 상황은 이랬다. 뷰캐넌은 8회까지 104구를 던진 가운데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스스로 경기를 책임지겠다는 뜻이었다. 뷰캐넌은 지난 5월 14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챙겼던 좋은 기억을 다시 꺼내고 싶었다.
KBO리그 개인 2번째 완봉승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뷰캐넌은 박민우를 2루수 땅볼, 박건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순식간에 2아웃을 잡았다. 그런데 마지막 타자 닉 마티니의 벽에 막혔다. 마티니는 우전 안타로 출루하며 2사 1루로 상황을 바꿨다.
뷰캐넌의 투구 수는 114개로 불어났고, 다음 타자는 NC 타선에서 가장 강한 양의지였다. 이때 삼성 벤치가 교체를 위해 움직이자 뷰캐넌은 제자리에서 펄쩍 뛰며 분하고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박 대행은 그런 뷰캐넌을 지켜보고는 직접 마운드를 방문해 한참 상황을 설명했다. 뷰캐넌은 그래도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고,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공을 이어 받아 양의지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 뒤 박 대행은 뷰캐넌을 더그아웃 한 쪽으로 따로 불러 대화를 더 나눴다.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당부가 주를 이뤘다. 박 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뒤로 선수단의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을 가장 금기시 해왔다. 뷰캐넌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자칫 팀 케미스트리를 깰 수 있는 행동에 주의를 준 것.
뷰캐넌은 "감독님께서 경기를 잘 이끌어줬고, 다음 경기도 있으니까 내려와서 불펜을 믿으면 된다고 하셨다. 오승환이 올라올 거라고 하시면서 잘했고, 수고했다고 이야기해주셨다"고 교체 상황을 되돌아봤다.
이어 "당시 내 태도를 생각해보면 좋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9회에 들어갈 때 팬들이 다들 내 이름을 불러주고, 큰 함성과 응원을 보내주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내가 끝내고 싶었다. 마티니한테 안타를 맞긴 했지만, 3-0 리드를 안고 있었고, 양의지를 상대하고 내려오고 싶었는데 안타까운 상황이라 나도 모르게 욱해서 좋지 않은 태도를 보였던 것 같다"고 덧붙이며 박 대행과 팀에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완봉승은 무산됐지만, 뷰캐넌은 삼성 외국인투수 최초로 3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주인공이 됐다. 2020년 15승, 지난해는 16승을 챙겼다.
뷰캐넌은 "직접 경기를 끝냈으면 훨씬 기분 좋았겠지만, 상대 투수가 루친스키라 득점 지원을 받기 쉽지 않은 경기였다. 내 아들 브래들리의 생일이었는데, 좋은 선물을 준 것 같아 다행"이라고 답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