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가 끝까지 울산 현대를 괴롭혔다. '동해안더비' 라이벌의 흥미로운 역사가 하나 더 추가됐다.
포항은 1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36라운드 홈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포항은 전반 39분 울산 바코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34분 이호재의 동점골로 따라붙었다.
이 경기에서 이겼다면 22승9무5패(승점 75)가 돼 2위 전북 현대(승점 64)의 잔여 경기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할 수 있던 울산은 포항에 막혀 축포를 미루게 됐다. 울산은 이날 오후 7시30분에 열릴 전북과 강원FC의 맞대결을 지켜봐야 한다.
포항은 최근 승부처마다 울산의 레이스에 제동을 걸어왔다.
2019년엔 최종전서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하는 울산을 4-1로 대파, 울산 손에 들어왔던 우승컵을 전북에 안겼다. 2020년엔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울산을 4-0으로 제압했다. 이전까지 기세가 좋던 울산은 이 패배 이후 크게 흔들렸고 결국 또 우승 달성에 실패했다.
2021년에는 리그는 아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전에서 울산을 꺾었다. 더블을 노리던 울산은 역시 이 패배의 충격으로 리그 우승 경쟁에서마저 낙마했다.
물론 이번에는 그만큼의 파급력은 없었다.
"고춧가루를 뿌릴 여지가 얼마 없다. 울산이 99% 우승을 확정했다"는 김기동 감독의 말대로 울산의 레이스가 워낙 좋았다. 특히 지난 8일 전북 현대와의 맞대결서 2-1로 승리하며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그럼에도 포항은 끝까지 울산을 물고 늘어지며 고춧가루를 뿌렸다.
울산이 1-0으로 앞서자 원정석을 가득 메운 울산 팬들은 적지에서의 파티를 꿈꿨지만, 포항은 끝까지 추격해 동점을 만들면서 안방 스틸야드에서 우승이 확정되는 것만은 막았다.
포항의 핵심 미드필더 신진호는 "우리 안방에서 울산이 우승하는 것을 막고 싶었다. 이기진 못했지만 목적을 달성해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가 울산을 방해했다기보다는 우리도 우리의 갈 길을 간 것뿐이다. 다만 늘 울산이 더 조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결과가 우리에게 온 것 같다"고 포항의 강세에 대해 분석했다.
물론 여전히 울산의 우승 가능성은 높다.
이번 시즌 객관적 수치에서 더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팀도 역시 포항보다는 울산이다.
그럼에도 울산은 스틸야드에서의 우승 파티를 실현시키지 못했고, 포항과의 지긋지긋한 악연도 끊지 못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스토리가 쌓일 것"이라는 김기동 감독의 말대로, 울산이 우승을 목전에 둔 상황서 두 팀은 그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