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모범선수로 불린 두산 이승엽 신임 감독이 팀 내 학교폭력 이슈와 관련해 정면 돌파를 택했다. 선수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사령탑까지 나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승엽 감독은 18일 서울 잠실구장 구내식당에서 열린 두산 제11대 감독 취임식에서 이영하, 김유성 등 팀 내 학교폭력 이슈에 휩싸인 선수들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전했다.
두산의 올해 창단 첫 9위 뒤에는 17승 에이스 이영하의 조기 이탈이 제법 큰 지분을 차지했다. 작년 가을 필승조로 활약한 이영하는 올해 선발로 복귀해 전반기 17경기 6승 5패 평균자책점 4.25을 남겼지만 고교 시절 학폭 피해 호소인의 스포츠윤리센터 신고에 따른 경찰 수사 및 재판 회부가 결정되며 8월 13일 SSG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쳤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첫 공판에서 2015년 고교 3학년이었던 이영하의 선린인터넷고 1년 후배인 조씨를 향한 위험한 도구 사용, 야간훈련 시 피해자 괴롭힘, 대만 전지훈련 당시 피해자의 라면 갈취 및 가혹행위 등을 이영하의 혐의로 주장했다. 이영하는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해당 증거자료를 제출했고, 오는 12월 9일 증인 심문을 기다리고 있다.여기에 두산은 지난 9월 15일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학교폭력 이력이 있는 고려대 투수 김유성을 지명하며 다시 한 번 논란을 일으켰다.
내동중 시절 후배에게 폭력을 행사한 김유성은 징계 이력이 있는 선수다. 2017년 내동중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 정지 5일 징계를 받았고, 2018년 2월 창원지방법원의 20시간 심리치료 수강과 4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여기에 김유성 논란이 커지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2020년 9월 28일 김유성에게 1년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김유성은 고려대 진학 후 징계를 모두 소화한 상태다.
지명 후 한 달이 지난 현재 김유성은 아직까지 피해자 측과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두산도 지명과 함께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사태가 오래 전 일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기에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이에 대해 이승엽 감독은 “민감한 부분이다. 어려운 부분이다. 구단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라며 “김유성 선수는 충분히 사과와 화해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피해자 부모님께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라도 필요하면 나도 함께 가서 사과를 드릴 용의가 있다. 김유성 선수가 피해자께 진심으로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법정 싸움 중인 이영하는 당초 예상대로 그라운드 복귀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감독은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들었다”라며 “감독 입장에서는 좋은 선수들이 빨리 합류해서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다만 내가 할 일은 많지 않다. 선수가 해결해야 한다. 피해자들과의 진심 어린 사과, 화해가 필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